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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과거의 흔적과 오늘날의 번화가 공존하는 장소 ‘을지로’. 고층빌딩이 사이로 지금도 여전히 1980년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낡고 허름하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식당들이 곳곳에 숨은 서울의 골목이다. 최근에는 20~30대들이 “이보다 ‘힙’한 곳이 없다”고 열광하면서 ‘힙지로’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그 좁은 골목 사이로 스티커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을지로의 맛집을 찾아 나섰다. 이번에 미식로드에서 소개하는 동원집도 소위 ‘힙’한 곳이다.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을지로3가역. 이곳에 내려 2호선 3번 출구나 4번 출구로 나오면 좁은 골목 사이로 허름한 간판의 ‘동원집’이 있다.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6월 중순에도 직장인과 주민들로 식당 안은 가득 차 있었다. 식당은 생각보다 좁아 밥 먹기 편한 공간이 아니지만, 젊은 사람들도 꽤 보인다. 그만큼 맛이 확실하다는 증거일 터다.
주인장의 안내를 받아 2층 창문가에 앉아 메뉴판을 들여다본다. 식사메뉴도 단출하다. 감잣국(동원집 메뉴판에는 감자국으로 쓰여있다)과 순댓국이 전부다. 자세히보니 ‘탕’이 아닌 ‘국’이다. 가격은 8000원. 주머니 얇은 직장인에게 부담 없는 가격이다. 기대를 하고 ‘감잣국’을 시켰다. 김이 풀풀 나는 뜨거운 뚝배기에 반으로 쪼갠 감자와 돼지고기가 반신욕 하듯 몸이 반쯤 담가져 나왔다. 가격에 비해 푸짐한 양이 입맛을 자극한다.
먹는 법은 간단하다. 펄펄 끓는 뚝배기에 가득 담긴 돼지고기를 뼈와 분리해 고슬고슬한 공깃밥과 함께 따로 먹거나, 국물에 말아 먹기만 하면 된다. 육수도 우리가 흔히 먹어왔던 감자탕과는 다르다. 감자탕에서 빠질 수 없는 우거지나 시래기, 그리고 들깨가 없다. 그러다보니 텁텁하지 않고 국물이 맑다. 육수는 몇 번을 우려냈는지 모를 정도로 진하다. 입안으로 훅 들어오는 감칠맛과 속까지 뻥 뚫어버릴 듯한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보기만 해도 진한 맛이 그려진다. 등뼈에 붙은 고기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도 뼈에 붙은 고기가 툭툭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다. 서울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감잣국 맛집의 비결이다. 수십년 동안 직장인들의 한끼 식사를 책임진 바로 그 맛이다. 여기에 감잣국의 진한 육수는 술안주로도 잘 어울려 직장인들의 지친 마음마저 달래주는 그런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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