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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무대 위에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좌우로 포진해 있다. 그 뒤 왼쪽부터 베이스, 첼로, 비올라가, 오른쪽 끝에는 타악기가 위치했다. 그 뒤에는 목관군, 맨 뒤에는 금관군이 자리했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자 미하일 플레트네프가 이끄는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RNO)가 3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쳤다. 이날 첫곡은 글린카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절제와 절도를 함께 지시하는 플레트네프의 긴 지휘봉에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현의 강주와 약주의 대비 속에 관현악 선율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특히 묵직한 트롬본이 인상적이었다. RNO 사운드의 특징은 금속성에 가까운 단단하고 묵직함이었다. 그 주변에 현과 목관, 금관이 살을 붙였다.
첫곡이 끝나자 피아노를 세팅한 뒤 붉은 드레스를 입은 백혜선이 등장했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유명한 전주가 울렸다. 시작은 침착했다. 초반에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플레트네프는 솔로이스트에게 애써 맞추지 않고 본인의 템포를 고수했다. 카덴차에서 백혜선의 민첩함이 아쉬웠고, 1악장 마무리는 다소 둔중했다. 2악장 도입부의 플루트 솔로는 꽃이 피어나듯 훌륭했으나 흥분감 넘쳐야 할 3악장은 들뜨지 않고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이날 메인 프로그램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역시 카리스마를 풍기며 등장한 플레트네프의 지휘봉에 어둡고 장중한 선율이 흘렀다. 미스터리한 저음과 인간적인 고음이 교차했다. 총주에서 금관은 무겁고 단단했다. 팀파니는 매섭게 포효하듯 우르릉댔다.곡은 계속 어둡고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며 러시아의 겨울을 그려냈다. 플레트네프의 지휘봉이 원을 그릴 때쯤 이 교향곡의 여러 요소가 한 데 모여들었다. 2악장은 도입부부터 박력과 낭만성이 넘쳐났다. 타악기가 번득이고 금관이 포효했다. 가만히 보니 단원들이 플레트네프를 대하는 시선은 마치 ‘사생팬’이 우상을 만난 것 같았다. 지휘자에 대한 애정과 존경으로 오랫동안 함께 앙상블을 만들어온 모습이 보기 좋았다.
너무나 유명해 자칫 통속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3악장은 예상대로 아름다웠다. 클라리넷의 멜로디를 길게 새기고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낭만적인 선율을 쏟아냈다. 그러나 무르고 밝은 여느 오케스트라의 해석과는 달리 다크초콜릿 같은 쌉싸래한 맛이 독특했다. 4악장은 장엄하다 못해 찢어질 듯한 총주로 이어졌다. 모든 연주가 마무리된 뒤 환호하는 청중 앞에서 플레트네프는 트럼펫과 트롬본 주자를 가장 먼저 기립시켰다.
앙코르 곡은 차이콥스키 ‘눈의 아가씨’ 중에서 ‘광대의 춤’이었다. 무게중심이 확실한 어두운 사운드 속에 번득이는 광채가 아름다웠던 러시아 음악의 진수였다. 3년 전 내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공연에서도 플레트네프와 RNO는 지휘자와 악단 간의 20세기적인 결속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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