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광’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453일간의 기록을 세세히 기록해뒀다. 국가 안보 보좌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안팎에서의 모습을 비춘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외교 정책을 마치 부동산 거래를 매듭짓는 일쯤으로 여기고, 인긴관계에 있어서는 TV 쇼맨십에 치중하고 자신의 관심사를 추구할 뿐이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과의 관계에서도 미국이 점점 깊어가는 위협에서 대처할 기회를 놓쳤다고 볼턴은 비판한다. 트럼프의 잘못된 판단으로 미국은 오히려 약자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그 상황을 상세히 기록했다. 베네수엘라의 격변 사태, G7 정상회담에서의 마지막 승부, 이란의 계산된 전쟁 도발, 탈레반을 캠프 데이비드에 데려오겠다는 계획, 그리고 중국을 달래다가 전 세계가 그들의 거짓말에 노출되어버린 과정 등이 그 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 논의에 관한 부분도 나온다. 트럼프는 하루는 볼턴에게 “주한 미군 주둔 비용 논의가 매우 중요하다”며 협상 당자사로 볼턴을 지목했다. 그는 이어 볼턴에게 과거 협상 파트너가 누구였냐고 묻더니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볼턴은 책 속에서 이에 대해 “정의용은 이 말에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트럼프는 이미 미국이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지만 얻는 게 없다며 불만을 드러내다 난데없이 중국의 환율 문제로 넘어갔다고 한다.
책을 통해 여러 정부에서 일해본 저자의 노련한 시선을 빌려 워싱턴 정가의 속사정을 꿰뚫어볼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란 등 수많은 국가 정상들과의 외교 과정과 이들 나라를 두고 미국 내부에서 비밀리에 오가는 정치적 대화를 통해 그들이 각 나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게 된다.
전 세계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주목한다. 그가 매일같이 올리는 수십개의 트위터 글들은 뉴스 기사가 된다. 미국 대통령이 가지는 힘 때문이다.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상을,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