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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코로나 이후 새로운 지평과 기회

장순원 기자I 2020.05.11 05:14:00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디지털 격변, 무역전쟁, 저성장이라는 삼각파도에 직면하여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코로나로 세계경제까지 멈춰서는 퍼펙트스톰으로 커지고 있다.

기업에게는 개별적인 대응도 어려운 난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적 상황이다. 코로나와 관련한 종말론적 비관론이 난무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기 마련이다. 경제산업의 측면에서는 코로나가 촉매제가 되어 그동안 진행되던 디지털 격변과 국제분업구조 변화가 가속화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세계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는 방식과 속도에 따라 생존여부가 판가름 나는 운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이데일리 DB)
20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정보화 혁명은 21세기에 디지털 격변 (DT, Digital Transformation)으로 확장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파급속도가 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용속도도 다양했다.

그러나 코로나를 기점으로 디지털은 선택이 아니라 사활의 차원으로 급진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동과 물류가 제한되면서 오프라인이 실효성을 상실하고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한 온라인이 다방면에서 강제적으로 적용되었다. 재택근무로 인한 비대면 업무진행, 학교폐쇄로 인한 온라인 강좌, 환자이동 제한으로 인한 원격의료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유통업의 경우 온라인 사업자들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주요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그나마 구축한 온라인 부문조차 없었다면 버티기도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 향후 각종 산업의 주도권은 금번 코로나를 계기로 각자에 적합한 디지털 사업방식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기업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전망이다.

2018년 3월 고율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코로나를 분기점으로 확대되어 국제분업구조에서 탈중국이 급속히 진행될 예상이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나라가 향유했던 중국 경제성장에 따른 반사이익도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 당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문제 삼을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허풍쟁이 장사꾼의 어깃장’ 정도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콩, 쇠고기, 항공기 등을 구매하는 미봉책으로 대처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저평가된 이미지와는 달리 트럼프는 성공한 사업가이면서 19권의 저서를 출간한 풍부한 식견을 지니고 있다.

그는 2015년 간행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에서 ‘중국이 보호주의 정책과 사이버 도둑질로 우리를 약하게 만들던 시절은 끝났다’라고 공언했다. 피터 나바로 무역위원장도 20년 전부터 중국의 불공정 거래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무역전쟁은 대통령 개인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1970년대 이후 미국이 유지한 친중국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반영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 기술 강제이전, 사이버 절도 등 거래 관행과 제도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였다.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화웨이, ZTE 등에 대한 제재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기술제품의 퇴출을 목표로 한다. 2019년 10월 양국은 무역협상에서 부분적 합의로 휴전하였으나 코로나가 뇌관이 되어 확전일로에 들어섰다.

발화점은 중국의 코로나 발원과 대응에 대한 불투명성이다. 중국이 2019년 12월 최초로 감염자를 확인하고도 중요정보를 은폐하고 수수방관하다가 전세계적인 유행을 초래했다는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안보적 차원의 우려까지 겹치면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자임했던 중국의 글로벌 분업구조에서의 입지는 급속한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변곡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갈림길에 서 있다. 코로나는 일시적 충격이고 변화의 본질은 디지털 격변의 가속화와 탈중국 국제분업구조로의 재편이다.

절체절명의 위험과 새로운 지평이 주는 기회가 공존하는 시점에서 냉혹한 현실에 기반한 현명한 선택이 미래의 생존과 번영을 담보한다. 전방위적 디지털 혁신과 아울러 탈중국 관점의 사업구조 재편을 지향점으로 코로나 이후 전개될 엄청난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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