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10th] 문정인 특보 "트럼프, 재선 불확실할수록 北비핵화 베팅"

박철근 기자I 2019.06.04 06:00:00

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서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특별대담
“한미정상회담 전에 남북정상회담 선행해야 비핵화 논의 진전될 것”
美 강경책 고수할 경우 한국 다자외교전략 펼쳐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이달 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전에 남북정상이 만나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사진=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이룬 특별한 외교적 성과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북핵문제는 트럼프의 외교정책 중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겁니다. 미국 국민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 노력을 납득한다면 재선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중 이룬 특별한 외교적 성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DJ정권 시절 햇볕정책의 설계자로 평가받는 문 특보는 지난 2000년과 2008년 열린 1·2차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학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북·외교정책에 자문을 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오는 12~13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한반도, 혼돈과 위기를 넘어서’라는 주제로 여는 ‘제10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자인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한반도 미래를 만드는 공식’에 대해 대담을 나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미국은 중국·멕시코·캐나다 등과 관계가 악화되는 등 이슈를 만들어왔던 터라 북핵문제는 트럼프 외교정책 중 마지막 결실을 기대할 수 있는 사안이 됐다”며 “북핵문제는 2만 8000여명의 주한미군을 포함한 한국 내 미국인의 안전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해야”

문 특보는 “이달 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전에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고 전제했다. 양측간 특사 파견수준이 아닌 정상끼리 반드시 만나야 북핵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게 문 특보 주장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봐줄 것을 요청했다”며 “김 위원장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바란다면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방법이 굳이 공식회담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난해 5월 판문점에서 열린 ‘원포인트’식 정상 간 만남도 관계없다는 게 문 특보의 설명이다.

이어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이 연이어 잘 성사되고 김 위원장이 전향적 자세를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판문점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더 나아가 남·북·미 3국 정상회담도 불가능하라는 법은 없다”고 내다봤다. 결국 김 위원장이 나서야 한다는 강조다.

문 특보는 “남북정상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채 한미정상회담을 한다면 한미동맹이야 공고히 할 순 있겠지만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을 보기는 어렵다”며 “북한도 미국과 새로운 협상의 틀을 마련하고 싶다면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제재완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사진= 노진환 기자).
◇북미 간 기싸움 중…한 발씩 양보 없이 3차 정상회담 요원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미 양국 관계는 냉각상태다. 그 사이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고 미국은 북한 선박을 압류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양측은 무력사용도 가능하다는 설전을 이어가며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문 특보는 “북미 양국은 대화를 하겠다는 뜻을 갖고는 있지만 각국이 처한 조건 아래서 대화를 이어가려는 일종의 기싸움을 벌이는 중”이라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미정상회담 전에 만난다면 이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대화를 나눈다면 그 내용을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교환을 할 수 있다”며 “이달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큰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결국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발전소 외의 플러스 알파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은 미국의 주장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문제에 관심을 끊는다면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질 것”이라며 “오히려 2017년 이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망과 관련해 그는 “협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하노이 회담 당시와 조건 변화가 없다면 힘들 것”이라며 “북한은 ‘영변+α’를, 미국은 ‘영변+α’ 조건을 받으면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식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미 공조 불투명시 다자외교전략 필요

최근 국내에서는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떠오르고 있다. 중재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한국이 상상력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미국과 북한을 견인하는 역할이 주도적 역할이라는 것인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중재자라기보다는 교착상태인 북미 정상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북핵문제에선 북한조차 한국을 당사자로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다만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 다자외교전략으로 선회할 필요도 있다고 문 특보는 전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담보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러시아·유럽연합(EU) 등이 북한의 안전보장에 나서준다면 의미가 클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한반도 주변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 채 강경책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공조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외교전략의 다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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