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 지도층 인사들은 교통법규 면제받았나

논설 위원I 2017.12.22 06:00:00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 공직자들의 사회적 책임감이다. 개인적인 능력이나 처세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지금 위치까지 이르렀겠지만 윤리·도덕적 처신에 있어서는 국민 앞에 나서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동안 거듭 지적됐던 위장전입이나 세금탈루, 병역회피, 논문표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고도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앞으로는 잘하겠다”는 것이니,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따를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처한 지금의 단면이다.

이번에는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가 도마에 올랐다. 민 후보자와 그녀의 남편인 문병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도로교통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부부가 1992년부터 최근까지 주정차 및 속도위반 등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게 무려 53차례에 이른다. 자동차 세금이 밀려 차량이 압류당한 것도 25차례다. 일반인들로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결국 국회 인사청문위원회가 어제 민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찜찜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주목되는 것은 고위 공직자들의 도로교통법 위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이다. 민 후보자 부부만이 아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62차례의 교통법규 위반 사실이 확인된 바 있으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2013년부터 2년 동안 16차례의 과속 및 주정차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이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고위 공직자 중에서 지금도 자동차 법규를 밥 먹듯이 어기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공무에 쫓기다 보면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교통법규를 어기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상의 습관으로 굳어져서는 곤란하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은 법규를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법규를 지키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내켜서 따르겠는가. 이런 식이라면 우리 사회의 법질서가 허물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오직 개인의 편익과 영달만 있을 뿐이다. 하물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대법관 후보자마저 그런 대열에 합류한 서글픈 현실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