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소중한 조선 후기 미공개 서화 4건 12점을 기증받았다. 이 작품들은 미국인 게일 허(85) 여사의 소장품으로, 시아버지 고(故) 허민수(1897~1972) 선생이 아들 내외에게 준 선물이었다. 허민수 선생은 전남 진도 출신의 은행가이자 호남화단의 거장 소치 허련(1808∼1893) 가문의 후손이다. 며느리 게일 허 여사는 시아버지의 고향인 진도와 가까운 박물관에 존경하는 시아버지 이름으로 작품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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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전에서는 2013년 세상에 알려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석농화원’ 필사본을 최초로 대중에 공개한다. 현재 50여 점이 전하는 ‘석농화원’ 수록 작품 중 총 15점의 서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조선 중기 서화가 창강 조속(1595~1668)의 ‘묵매도’를 비롯한 미공개 개인 소장 작품 4점 등이 포함됐다.
게일 허 여사가 스토리텔러가 되어 세 가지 주제로 전시를 이끌어간다. ‘소치 허련과 동초 허민수, 그리고 의재 허백련’에서는 소치 가문의 후손인 기증자 동초 허민수 선생과 집안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번 기증품에는 소치 허련의 작품 2점이 포함됐다. 이 작품들은 기증자의 가족사진에 등장할 정도로 추억을 함께했다. 허민수 선생과 진도에서 함께 나고 자란 친척이자 오랜 벗이었던 의재 허백련(1891∼1977)의 깊은 인연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동파입극도의 발견’에서는 기증작 신명연(1808∼1886)의 ‘동파선생입극도’를 조명한다. ‘동파입극도’란 중국 송대 문인 동파 소식(1037∼1101)이 귀양 시절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19세기 문인 박봉빈(1838~1904)이 1865년 동파제를 지내기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새로운 ‘동파선생입극도’의 등장으로 19세기 소동파 애호 풍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림을 보는 탁월한 눈, 김광국의 석농화원’에서는 이번 기증으로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김진규의 ‘묵매도’와 ‘석농화원’ 속 작품 15점을 감상할 수 있다. ‘묵매도’에는 석농 김광국이 적은 “소중히 아껴 소홀히 여기지 말라(애중무홀·愛重毋忽)”는 문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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