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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배우자였던 C는 2015년 6월 26일 피보험자를 A씨,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금수익자를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 보장항목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1억5000만원 등으로 정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계약 약관에는 상해를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입은 상해’로 정하면서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제외)에 지급하도록 정했다.
A씨는 2017년 12월 5일 계단을 내려가다 미끄러지며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다른 병원에서 입원과 외래진료를 총 17회에 걸쳐 받았다. 2018년에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매, 뇌경색증 진단도 받았다.
A씨는 2019년 3월 20일부터 E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는데, 2019년 4월 25일 누룽지와 당뇨 밥을 30%가량 먹다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의식을 잃었고, 몸에서는 전신청색증이 관찰됐다.
E병원 의료진은 즉시 A씨에 대해 하임리히법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기도유지기를 사용해 구강 석션도 시행했으며(구강 석션 시 소량의 밥알이 나옴), 119 구급대가 오전 8시 20분경 간호사와 함께 A씨를 차량에 태우고 E병원을 출발해 응급처치를 계속하면서 8시 28분경 한전의료재단 F병원 응급실로 이송했으나, A씨는 F병원에서 오후 3시경 사망했다.
사망 원인에 대한 병원들의 판단을 보면 F병원은 A씨의 사인을 질식(추정)으로,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로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A씨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봤다.
다만 서울의료원은 A씨의 사인으로 질식과 급성 심근경색증 두 가지 모두의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다는 요지의 감정의견을 제출했다.
원고 측은 보험사에 일반상해고도후유장애 보험금 2억원과 일반상해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피고인 보험사는 A씨의 후유장해는 낙상사고로 기인한 게 아니고 지병인 급성 심근경색증이 사망 원인이라며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음식물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정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질식을 일으켰고 이것이 A씨의 사망에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낙상 사고와 A씨의 치매라는 후유장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해 일반상해고도후유장해 보험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반상해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 가운데 원고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7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여러 개의 감정 결과가 있는 경우 각 감정 결과의 감정 방법이 적법한지를 심리·조사하지 않은 채 어느 하나의 감정 결과가 다른 감정 결과와 상이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감정 결과를 배척할 수는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감정촉탁 결과의 보완을 명하거나 증인신문·사실조회 등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통해 A씨가 의식을 잃고 사망하는 과정에서 질식이 발생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부검감정서에 질식이 발생한 경우 특징적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었고 이러한 내용을 근거로 질식 발생 여부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인지 등에 관한 각 감정기관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심리·파악해 감정촉탁 결과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하지 않은 채 A씨에게 질식이 발생했고 질식이 A씨의 사망에 원인이 됐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였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보험금청구자의 증명책임, 감정결과의 채택과 배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