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은 황금알 아닌 일반알 낳는 거위 키우기[박재성의 아웃사이트]

김경은 기자I 2022.09.25 10:00:00

제갈량의 공성계에 속은 ''사마의''를 재평가하다

[박재성 ㈜STX 에너지사업팀장] “사업가는 위험을 감수하며 모험을 즐긴다?”

글로벌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사업가의 자질을 논하지 않고 넘어갈 순 없습니다. 종합상사의 주재원은 자수성가한 글로벌 사업가를 직접 상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각국의 사업가들을 보면 그들은 언뜻 대범한 듯 보여도 실제로는 답답할 만큼 돌다리를 수차례나 두드립니다. 사업가의 자질은 서두에 언급했던 일반적 통념관 거리가 분명해보였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그들은 병법 36계(計) 가운데 제32계에 해당하는 ‘공성계(空城計)’를 항상 명심합니다. 공성계는 ‘성을 비우는 계책’으로, 열악하거나 급박한 여건에서 발휘하는 기발한 계책으로 활용되곤 하죠.

그러나 핵심은 이들은 대범한 공성계를 펼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뭔가 극적인 행위나 결과도 삼갑니다. 그들의 공성계는 대박을 좇지 않고 기본을 충실히 지키는 계책입니다.

올해 6월 6일 우크라이나군이 공성계를 활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6월 4~5일에 걸친 세베르도네츠크(Severodonetsk) 시가전. 우크라이나군은 지뢰와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도심지에서 철수한 척합니다. 러시아군을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인 후 퇴로를 끊고 기습, 각개격파하며 러시아 장성 및 1만명 전사라는 승전고를 올립니다.

공성계를 인상적으로 활용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역사소설 삼국연의 속 제갈량이 꼽힙니다. 서기 228년 봄, 제갈량은 겨우 2500명으로 작은 서성(西城)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사마의 15만 대군. 제갈량은 성문을 활짝 열고 성루에서 태연하게 거문고를 탑니다. 사마의 군대는 매복을 의심해 공격을 포기하고 철수합니다. 없어도 있는 것처럼 보인 무중생유(無中生有)이자 허장성세(虛張聲勢)입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에 비해 부족한 걸까요? 이미 승기를 잡은 사마의 입장에서 제갈량까지 잡으면 최고죠. 그러나 최악의 경우 매복에 반격당하는 러시아군의 신세는 면했습니다.

중국 매체 선정 10대 명강사로 꼽히는 자오위핑 교수는 그의 저서 ‘자기 통제의 승부사, 사마의’에서 성을 공격하지 않은 선택에 대해 “최고보다는 만족을 택한다”고 했습니다. ‘대박보다는 기본 목표 달성을 지향한다’고도 할 수 있겠죠.

제갈량의 공성계는 분명 대단할지라도 궁여지책이자 임시방편입니다. 반면 사마의는 상대를 철군시키고 영토를 보존하며 황명을 지키는 최우선 목표에 충실했습니다. 이후로도 사마의는 대박의 욕심을 갖지 않습니다. 여섯 번의 북벌 시도, 육출기산(六出祁山)하는 제갈량을 계속해서 막아냅니다. 그리고 최후의 삼국통일은 위·진나라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실제 사업에서도 대박을 좇기보다는 기본 목표를 최우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음미할 만한 도박 격언이 있습니다. 한 판의 큰 승부는 운이며 실력을 배신할 때가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판의 승부는 실력을 배반하지 않는다. 고수는 기본적으로 한번에 대박을 노리지 않습니다. 각각의 작은 판을 버텨나가며 지속적으로 칩·돈·수익을 획득합니다.

사업 또한 운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대박 결과를 내려고 하면 안됩니다. 장기적으로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고 운용할 조직·자금·노하우·네트워크 등 일종의 종합적인 기초 자산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사업의 근본틀이어야 합니다.

사업에서 매일같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없습니다. 혹여나 있다면 그만큼 위험하거나 어떤 문제가 클 겁니다. 경쟁자, 시장상황, 경영환경 등은 속된말로 언제까지나 꿀을 빨도록 놔두지 않습니다. 사업은 일반알(기본 수익)을 잘 낳을 수 있도록 거위(기초 자산)에 집중해서 꾸준히 돌보고 키우는 것입니다. 어쩌다 황금알을 얻으면, 그냥 운좋게 선물 받은 겁니다. 겸허하게 다시 일상적인 거위 돌보기·키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초반에 왠지 너무 잘된다 싶으면 반드시 경계합니다. 초심자의 행운은 영향을 주고받던 기존의 주변 환경·인물·태도를 가벼이 여기도록 하니까요. 본인을 크게 과신하도록 만드니까요. 파울로 코엘류의 저서 ‘연금술사’에서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고 합니다.

공성계로 다시 돌아가보죠. ‘공성계, 뭣이 중헌디!?’ 제갈량에게서는 급박한 순간의 차분하고 담대한 대책에서 감탄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사마의에게서는 냉철한 절제와 목표 지향성을 통해 사업의 근본을 잊지 않는 교훈을 얻습니다. 충만한 기대감으로 사업준비하는 분들은 한번 짚어 볼 부분입니다. 자신감은 갖되 냉철한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업을 앞두고 명심할 공성계는 어떤 극적인 결과를 위한 특출난 계책이 아닙니다. 대박·대성(大成)의 욕심을 비우는(空) 겸허한 공성(空成)을 통해 근본에 공(功)을 들여 이루어(成) 나가는 꾸준한 공성(功成)입니다. 냉철한 열정으로 자산·거위를 키워나가며 수익·일반알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겸허한 목적 지향적 설계, 그것이 사업상의 최우선 공성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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