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12일 재판부를 통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 조회 신청을 했다. 재판부의 공정성과 관련해 지난 2월 조선일보 보도의 진위 여부와 구체적인 사실을 알려 달라는 취지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2월 11일자 기사를 통해, 윤 부장판사가 지난 2017년 10월 김 대법원장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 10명 면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서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 이후 이듬해 윤 부장판사가 사법 행정권 남용 전담 재판부로 신설된 형사36부에 배치됐다는 내용이다. 이에 임 전 차장 측은 보도에 등장한 면담이 실제로 있었는지, 참석자는 누구이며 어떤 말이 오갔는지에 대해 사실 조회를 요청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관련 면담에서 김 대법원장은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며 “김 대법원장의 태도를 보면 사법 행정권 남용 연루 판사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라는 의중이 미칠 수 있다고 보기 충분하다. 공정성 우려 해소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변호인 요청이 공소 사실과 관계없어 기각해야 한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서를 받고 향후 사실 조회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줄곧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온 윤 부장판사 입장에선 재판부가 사실 조회 신청에 어떤 결정을 내려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신청을 인용하고 당시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미 유죄에 대한 예단을 갖고 재판에 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아가 김 대법원장 역시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려줄 재판장을 골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윤 부장판사가 신청을 기각할 경우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채 재판이 이어지게 돼 재판의 권위는 크게 손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이 사건과 관련해 첫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임 전 차장에 대한 중간 판결을 내렸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윤 부장판사는 사법 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위원과 이 전 실장의 판결문에서 임 전 차장을 여러 차례 공모자로까지 언급했다.
재판부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검찰과 변호인 측에 발송한 공판 준비 명령에서, 앞선 유죄 판결이 재판부 기피 사유에 해당하는지와 해당 유죄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물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에 대해서도 “관련 사건 판결문을 아직 본 적이 없다”며 “관련 사건 판결 선고의 의미에 대해 말하라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다소 의문이고, 의견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본다.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대로 검찰 측은 “이 전 위원과 이 전 실장의 판결은 참고 판결에 불과하다는 게 기본적 입장이다”며 “관련 사건과 상당 부분 겹쳐서 재판부가 이 사건 쟁점에 대한 잠정적 심증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말 그대로 심증에 불과하고, 재판부는 관련 사건 판결에 귀속되지 않고 본 건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
윤 부장판사는 재판 말미에 “대한민국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한다”며 “형사36부 구성원 모두가 헌법에서 정한 법관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각자가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