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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7일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현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국가부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안 교수는 거시경제·금융 분야에 정통한 경제학자다.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투자업무를 총괄하고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상아탑을 떠나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에 폭넓은 시야를 자랑한다.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인 2017년 400조5000억원이던 본예산은 2018년 7.1% 증가한 428조 8000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2019년 9.5%, 2020년 9.2%로 2년 연속 9%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가 짠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8.5%(43조 5000억원) 늘어난 555조 8000억원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3년 평균 증가율이 5.9%, 박근혜 전 대통령때인 2014~2017년 평균 증가율이 4.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두배 가까이 높다. 복지확대와 경기부양을 이유로 ‘슈퍼예산’을 편성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38개 가운데 지난해 두 계단 밀려 10위로 떨어졌다.
그는 “재정의 경기진작 효과는 1조원을 풀면 6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통화정책도 만성적인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어 경기진작 효과는 전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세금은 지출만큼 늘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완화적 통화정책도, 재정지출 확대도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돈을 풀어 경제를 성장시켜 세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은 허구라는 것이다. 한번 늘린 재정지출은 줄이기 어려운 만큼 오히려 만성적인 적자구조로 갈 수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이어 그는 “한국 경제는 아직 선진국 경제구조가 아니다”라며 “‘블랙스완 리스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는 특성상 대외 변수에 쉽게 흔들리는 만큼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위험요소를 외면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소비진작을 목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은 방역에 역행하는 돈풀기인 만큼 역효과가 우려된다며 독일 프랑스 같은 ‘친방역적 재정확장’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행정명령을 통해 사업장 폐쇄를 강제하기보다는 사업장 문을 닫는 경우 손실을 국가가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이 영세 소상공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방역과 돈풀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적정한가.
-적정 수준의 비율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인구구조나 경제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추경을 감안하면 44% 정도로 아직 양호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이는 국가채무(D1) 기준으로, 국제비교 기준인 일반정부부채(D2, 국가채무+비영리 공공기관 부채)와 통상 4~5%포인트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비교 수준으로 채무비율은 50%까지 상승한다. 더욱이 국제비교 기준은 국가부채를 시장가격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금리가 낮은 상황(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에서는 국가부채 비율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같은 국제비교 기준의 국가채무비율은 공식적으로 집계해 공표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늘 OECD 평균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이같은 국제비교 기준으로 집계된 비율도 공표해야 한다.
비교 기준이 맞지도 않지만 나아가 OECD 평균과 비교해 양호성을 주장하는 것이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OECD 평균을 끌어올린 데에는 국가채무비율이 200%를 넘는 일본의 영향도 크다. 일본의 경우 기축통화국인데다 국가채무의 98% 가량이 자국민에게 지고 있어 단순히 비율이 높다고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 앞서도 강조했듯 국가채무비율의 적정성이란 것은 각국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따져봐야 하는 것인데 단순히 숫자를 놓고 평균보다 낮으니 우리는 양호하다는 식의 주장은 맞지 않다.
△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지나치게 건전성을 강조하는 것 아닌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로 재정건전성을 보다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은 여전하다. 우리나라의 GDP가 높다고는 하지만 인구 5000만의 작은 경제에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은 모두 열려있다. 선진국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이 언급된 지가 10년이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4만달러 이상은 되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환율도 충분히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의 충격이 컸던 3월에도 환율 변동폭이 크지 않았던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신흥국 외환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발빠르게 양적완화에 나선 데다 도덜드 트럼프 대통령의 약달러 정책 기조가 워낙 강했던 영향이다.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다. 또 현재 늘어나고 있는 국가채무 가운데 일시적, 지속적 채무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등으로 일시적으로 늘어났다 상환이 가능한 일시적인 채무인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지출로 쓰이는 등의 지속적인 채무인지를 정부가 보다 세세하게 구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애초에 선별적일지 보편적일지 논란이 일 필요도 없었던 문제다. 재난지원금 지급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선별지급의 방향이 분명하다. 현재 상황에서 경제회복은 2차 목표이고 1차 목표는 방역일 수밖에 없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비진작에 목적을 둔 재난지원금은 방역에 역행하게 된다. 방역 조치로 소득에 타격을 입은 이들에게 이를 보전해준다는 목적이라면 방역에도 친화적이다. 애초에 지급 목적이 이처럼 분명했다면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보전으로써 선별적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방향이 명확했는데, 정치권에서는 지급 목적부터가 분명하지 않으니 필요없는 논란이 일었다. 정치인들의 수사에 좌우돼 국가채무가 정치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1964년 서울 △고려대 경영학 학·석사, 뉴욕대 경영학 박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 부교수 △스코틀랜드왕립은행 퀀트전략본부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위원 △자본시장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