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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깜깜이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깎아주고 있는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로 올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는 당초 예산에 비해 5조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세수 펑크(세수 결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막대한 재정손실 비과세·감면 기득권화, 정비 쉽지 않아
12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조세지출예산서’에서 올해 비과세·감면으로 인한 조세지출이 총 51조9100억원 규모로 국세수입 총액(본예산 292조원)의 약 17.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국세감면율은 15.1%로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법정한도(14.0%)를 전년에 이어 2년 연속해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조세특례제한법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조세지출예산서 작성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조세지출 항목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기재부는 특정성, 대체가능성, 폐지가능성 등을 감안해 조세지출예산서에 포함되는 조세특례 항목을 선정하고 있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판단할 지침이나 기준이 없다.
이재윤 국회입법조사처 재정경제팀장은 “막대한 재정 손실을 초래하는 비과세·감면 항목의 조세지출은 정책목표 달성 이후에도 기득권화하는 경향이 있어 정비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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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개별세법의 356개 조세특례 중 39개만 조세지출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근로자의 연말정산 시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세액공제는 조세지출 항목으로 분류하면서, 특별세액공제 항목에 대한 지출이 없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표준세액공제는 조세지출로 분류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근로자가 본인에게 유리한 특별세액공제와 표준세액공제 중 하나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유사한 항목이 조세지출예산서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이다. 2019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약 519만명이 5251억원 규모의 표준세액공제를 신청했다.
◇ 코로나19 여파.. 경제활동 위축, 세수차질 불가피
재정부담을 초래하는 비과세·감면 조세지출 항목의 정비는 지지부진한 반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세수 부족사태는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연초부터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이 위축하면서 관광업·서비스업 매출 감소는 물론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중국발 교역 차질로 수출입 부진이 예상돼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추경 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국세 수입을 287조원으로 당초 전망(288조7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하향 조정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292조원)보다 5조원 부족한 수준이다. 국회예정처는 “최근 수정 거시 전망에서의 성장률 전망치 조정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조세지원 대책에 따른 세수감소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경안 제출시 올해 국세수입을 292조원에서 288조8000억원으로 낮춘 바 있다. 국회예정처는 정부 예상보다도 세수가 1조8000억원 가량 덜 걷힐 것으로 봤다.
정부와 국회예정처의 예측 차이가 큰 세목은 부가가치세다. 정부는 올해 부가세를 68조7000억원으로 추정했지만 국회예정처는 이보다 1조3000억원 적은 67조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상반기 민간 소비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관세와 개별소비세도 국회예정처 전망이 정부안보다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각각 적었다.
법인세는 국회예정처와 정부가 비슷한 수준인 62조1000억원을 예상했다. 소득세의 경우 취업자수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세 증가를 감안했을 때 국회예정처는 정부(88조1000억원)보다 더 많은 88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슈퍼예산을 편성한 상태에서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하기 때문에 세수를 보통처럼 거둬들여도 결손은 불가피하다”면서 “선거와 맞물려 정치권의 퍼주기식 사업을 막고 국가 재정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재정준칙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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