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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국내 공공도서관이 최근 급변하는 출판환경에 몸살을 앓고 있다. ‘컬러링북’ ‘팝업북’ 등 일반 단행본이 아닌 도서가 국내 판매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등 과거에는 찾기 어려운 사례가 생기면서 도서관마다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독립출판물과 독립잡지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전자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전담할 여력이 부족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컬러링북’ ‘팝업북’ 어찌하오리까
지난해부터 서점가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중 ‘비밀의 정원’(클)이 있었다. ‘안티 스트레스 컬러링북’이란 부제로 나온 ‘비밀의 정원’은 ISBN(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받은 도서다. 하지만 일부 인터넷서점에서는 ‘문구’로 분류하고 있다.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색칠을 하기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8쇄를 찍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5년 후 나에게 Q&A A day’(토네이도)는 읽는 책이 아니라 365개의 질문에 독자가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적는 다이어리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외에도 크리스마스 입체카드로나 선보였던 팝업형식을 도입한 ‘팝업북’ 등도 새로운 형태의 도서로 서점에서 인기리에 팔려나가고 있다.
이렇게 문구와 서적의 경계에 있는 단행본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이를 찾는 이용객도 많지만 공공도서관마다 소장기준이 달라 이용객의 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비밀의 정원’의 경우 서울 시내 구청 산하 공공도서관에선 소장·대출이 가능하지만 정작 서울을 대표하는 서울도서관에선 비치하고 있지 않다.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컬러링북과 필사하는 서적은 구입하지 않고 있다”며 “수험서나 학습지 등을 공공도서관이 소장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ISBN을 받은 서적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의무적으로 납본해야 한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도서관이 시대를 대표하는 책을 모두 소장한다는 측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문구형 도서’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독립출판물·독립잡지 아카이빙 어디까지?
근래 출판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독립출판물과 독립잡지에 대한 소장도 공공도서관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출판계의 시대적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고 독립출판물과 독립잡지지만 이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독립출판물과 독립잡지가 대부분 ISBN을 받지 않고 유통한다는 측면에서 공공도서관이란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공공도서관 이용객이 독립출판물과 독립잡지의 구매 민원을 내도 이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홍대 앞 독립출판 전문서점 관계자는 “독립출판물을 구매하기 유리한 특정지역의 공공도서관만이라도 아카이빙 차원에서 독립출판 서적을 구비한다면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자책 대여 수요 늘지만…
스마트폰이 일상화하면서 전자책을 대여하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의 경우 대출 가능한 전자책이 1만여권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자책은 현재 통합뷰어가 없이 각각의 뷰어를 다운받아서 활용해야 한다. 때문에 일선 공공도서관이 애를 먹는 민원 중 하나가 바로 전자책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공공도서관 이용객 중 중장년층이 늘어나면서 IT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에게 전자책 사용방법을 설명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
서울시 산하 공공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는 이주연(가명·31) 씨는 “전자책도 일반도서처럼 대출이 가능해 이를 문의하는 이용객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전자책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둔 공공도서관이 드물어 전자책 관련 업무처리를 버거워하는 공공도서관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공공도서관의 상황에 대해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은 “국내외 출판환경이 급변하면서 공공도서관의 역할도 과거 도서의 소장과 열람·대출을 벗어나 훨씬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컬러링북을 비롯한 문구형 도서와 독립출판물 등에 대한 소장 등은 앞으로 공공도서관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눈에 띌 만한 대안 마련은 없는 상태다. 임 관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공공도서관은 멀티미디어실 등을 구비하며 IT혁명에 앞장서는 역할을 했다”며 “이제 모바일시대에 접어든 만큼 전자책 관련 인력도 강화하고 전통적인 공공도서관의 역할 외에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계속 모색하겠다”는 방향만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