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외국인 근로자 유입에 관광개발로 지역 활력 기대”

박태진 기자I 2024.10.15 05:20:00

[지방소멸 극복, 지자체가 미래다]⑨전북 고창군
정주 인구 5만명 남짓…방문객은 1000만명 돌파
선운산도립공원·석정온천지구 방문객 증가 영향
사상 최대 1500명 계절근로자 농촌 일손 힘 보태
외국인 인식 개선·중앙 및 전북도 지원은 과제

저출생·고령화로 대한민국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행정안전부가 생활인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전국 주요 시·군을 찾아 해당 지자체가 어떤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지 점검해봤습니다. 소멸 위기를 극복한 모범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고창(전북)=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입으로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규모 해양관광지가 들어선다면 서해안 관광벨트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한 농가에 고용돼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고창군)
◇ 전국 최초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건립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은 행정안전부가 올해 89개 시·군을 인구감소(소멸)지구로 선정하기 전인 작년 8월 생활인구(정주인구와 해당지역에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인구) 시범산정 대상지역 중 ‘외국인 유형’으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다. 엄밀히 말하자면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복분자와 풍천(민물)장어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고창군 인구(정주인구)는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5만1241명이다. 작년에 5만2000명대가 무너진 이후 5만1000명대는 유지하고 있지만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생활인구는 늘었다. 올 1분기 고창군 생활인구는 26만명으로 작년 6월 기준 시범산정 결과(24만명) 대비 2만명 증가했다. 고창군에 방문하는 체류인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관광과 스포츠분야 활성화, 외국인계절근로자 유입이 체류인구 증가에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고창방문의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인근지역 광주, 전주, 정읍 등의 주말 유입 인구가 늘었으며 석정 웰파크 시티, 상하농원, 선운사 템플스테이 등 체류형 관광을 위한 다수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1000만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 선운산도립공원과 석정온천지구를 비롯한 13개 주요 관광지에는 올 상반기에만 637만9746명이 방문했다. 선운산도립공원은 가을철 단풍과 꽃무릇이 절경인 선운사와 국민여가캠핑장, 경관폭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13개의 각종 스포츠대회와 16개 팀의 전지훈련단을 유치해 40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냈다.

특히 올해 사상 최대 외국인 계절근로자 1500여명이 입국해 280여 농가에 배치돼 고구마, 수박, 양파, 인삼, 고추 등 지역특화작물 재배부터 수확까지 부족한 농촌 일손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게 고창군 설명이다.

전국 최초로 건립된 고창군 농업근로자(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 전경. (사진=고창군)
게다가 고창군은 전국 최초로 외국인 근로자의 안정적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기존 모텔을 매입, 리모델링해 농업근로자 기숙사를 건립했다. 총 25억원을 들여 연면적 950.4㎡에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 기숙사는 최신 냉난방 시설과 안전시설을 갖췄다. 일을 마치고 도착하는 주차장부터 외부세척장, 입구에 비치된 개인 사물함, 1층에 마련된 샤워장은 농작업을 하고 돌아오는 근로자의 실제 동선을 반영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료는 1인당 20만원이다.

지난달 27일 만난 기숙사 담당자는 “1층은 공동 취사장과 다목적실, 2층부터 4층까지는 2인실 숙소로 구성돼 총 48명의 외국인 근로자 수용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캄보디아 등 외국인계절근로자 38여명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취사장에서 점심 식사도 근로자들이 원하는 식단으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기본임금에 식비 월 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무단이탈 방지를 위한 입주보증금제(인당 30만원)를 운영하고 있다.

강한수 고창군청 행정지원과 인구정책팀장은 “근로자는 안정된 주거 공간에서의 단체 생활로 빠르게 현지에 적응할 수 있고 농가는 가까운 곳에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국인 계절근로자 관리센터를 설립해 캄보디아, 베트남 출신 전문관을 채용해 통역 지원 및 교육, 무료건강검진, 언어소통책자 제작 등 계절근로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계절근로자 이탈률이 2021년 81%에서 2024년 1.2%로 대폭 감소했고 고창군 177농가(계절근로자 고용농가 150곳+일반농가 27곳)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정책 만족도가 72%로 조사됐다. 또 지역 곳곳에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위한 음식점, 주점, 식료품점 등이 생기고 활력을 잃어 가던 전통시장에도 외국인 손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고창군은 설명했다.

관광객들이 지난달 27일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에 있는 선운사를 찾아 가을철 꽃무릇을 즐기고 있다. (사진=고창군)
◇ 기업 4곳과 3000억 투자해 해양관광지 조성

고창군은 앞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대는 올해 1300만 관광객 유치로 생활인구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명사십리 해변에 대규모 해양관광지 조성을 위해 국내기업 4곳과 투자협약을 체결해 203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리조트와 숙박, 스포츠, 휴양·레저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이곳에 대규모 해양관광지가 조성되면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과 노을대교 개통, 대형 숙박시설인 고창종합테마파크와 자연스레 연계돼 서해안 관광벨트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고창군은 내다봤다.

고창군은 생활인구 등 인구유입을 위해 스마트팜 조성, 서남부권 어울림 문화공간조성, 플로랜드(꽃 정원) 조성 등 생활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추진중이다. 특히 신혼부부 및 청년 보금자리 조성 지원사업으로 2027년까지 100세대를 공급해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청년층 인구유입도 시도하고 있다.

이같은 고창군의 노력에도 걸림돌은 있다. 우선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한데다, 각종 사업에 대한 중앙정부나 도에서 재정지원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고창군 관계자는 “주민들은 아직도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관련 사업 확대를 위해선 외국인 검증부터 관리 등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광사업 개발을 위해선 중앙정부나 도에서 어느 정도 지원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전북특별자치도하면 새만금 사업이 1순위로 여겨지는 만큼 도내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각종 사업 확대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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