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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27일 서울 서이초교 정문·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조성된 추모공간에 붙여진 포스트잇 각각 1600개(4만4461자)·45개(2453자)를 촬영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고인들에게 ‘미안함’, ‘위로’, ‘분노’ 등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며 추모했다.
2년 차 초등교사의 비극적인 추모 물결이 이어진 서이초교 앞에는 ‘미안(146회)’, ‘죄송(78회)’이란 단어가 담긴 포스트잇이 가장 많았다. 고인이 겪은 어려움이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선 교사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 이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는 마음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벌써 한참 전부터 이런 수모를 당하고 살았는데 선배들이 용감하게 나서지 못해 미안합니다’, ‘선생님과 같은 일을 겪어본 선배 교사로서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등 메시지가 곳곳에 있었다.
특히 포스트잇에는 본인의 직업을 ‘동료(61회)’, ‘선배(34회)’라고 밝히며 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그간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현장 교사들의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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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남 순천에서 왔다고 밝힌 교사는 ‘아이들과 행복한 교실을 꿈꾸며 첫 제자들과 첫 만남을 하셨을 텐데 하얀 꽃으로 물든 출근길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경남 하동에서 온 교사는 ‘부디 하늘에서는 학부모 민원 없는 곳에서 편히 쉬기 바란다’고 포스트잇에 남겼다. 또 ‘우리 선배교사들이 좀 더 겁내지 말고 나서 싸웠다면 여러분의 희생은 없었기에 미안하다’, ‘20대 초반의 아직 피워보지 못한 열정 많고 정직한 교사가 목숨을 잃기까지 겪었을 엄청난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아프다’는 등의 내용도 있었다.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을 불러온 원인으로 꼽히는 ‘갑질(14회)’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권(33회) 강화’에 대한 내용도 많았다. 교육 현장에서 악성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경험을 투영하며 교권 추락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한 추모현장에는 ‘명복(13회)’, ‘행복(11회)’ 등의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길거리에서 누구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시민의 공감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친듯한 광기에 희생된 꿈 많던 젊은이들의 명복을 빌며 아픔 없이 행복하세요’, ‘20대 못다 한 인생 얼마나 어이없고 슬플까. 거기서는 정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워낙 사회가 다원화되고 비대해지면서 누구나 나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의식이 공유돼 위기 의식 속에서 겉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모두의 안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대한 공감이 확산하며 자발적인 목소리를 포스트잇으로 내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