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기자] “커피는 갈리면서 맛이 간다”라고 하는 주장에는 큰 과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이렇게 과장이 심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로스팅된 커피원두에는 일반적으로 14~17% 정도의 지방이 들어 있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데 이 지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로스팅된 원두가 커피추출을 위해 갈리면 안에 있던 지방이 산소와 접촉되는 면이 커지는데 이렇게 되면 커피 안의 지방 산화가 촉진된다. 커피안의 지방 산화는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의 감소와 이취를 만들어 내고 커피의 품질 저하에 관여하는 면이 커진다.
커피도 이럴진대 참기름, 들기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참기름, 들기름은 지방 성분이 100%로 지방산화에 민감하다. 이 점을 파고든 마케팅도 등장했다. 주문을 받고 나서 착유한 다음 고객에게 신선한 기름을 보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방앗간에서 어머니들이 참깨를 직접 들고가서 기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참기름, 들기름을 받아 오던 게 이제는 온라인 주문 및 판매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커피가 지방산화가 시작되기 전에 추출기에서 커피로 추출되어 소비하는 것에 비해 참기름, 들기름은 보관해 두고 먹는 식품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최근 한 국내 대학에서 시판되는 들기름 상품의 산화 진행도를 비교해 본 실험이 있었다. 저온 압착이나 냉압착 등의 유사한 방식의 제조방식으로 표기된 군을 서로 묶어서 비교했다. 이 결과 같은 제조방식이라 하더라도 산화진행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중에는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 산화방지제가 들어 있는 제품도 있었다. 인공 산화방지제가 들어 있지 않는 제품 가운데는 1주일이 지나면서 급속하게 산화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특이하게도 인공산화방지제가 들어 있는 제품보다 더 산화방지 안전성을 보이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제품은 유통과정상 산화에 노출되지 않게 특수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여러 보완적인 노력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말 주신분 : 박정용 쿠엔즈버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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