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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관련 NFT 판매액으로선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 NFT를 경매에 올린 사람은 도지 밈 원작자인 사토 아츠코 씨이다. 그는 도지 밈에 나오는 시바견 ‘카보수’의 주인이다. 도지 밈의 인기에 힘입어 이 밈을 본뜬 암호화폐 도지코인도 만들어졌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도지코인의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밈과 관련된 NFT가 자주 만들어진다. 또한, 심심찮게 판매도 된다. 이런 NFT를 두고 웹사이트 ‘밸류어블스’는 “온라인 갤러리에 전시하고, 재판매할 수 있다. NFT는 야구 카드에 선수 사인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평가한다. 종이로 된 야구 카드는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 여기에 직접 선수의 사인을 받게 되면 희소성과 값어치가 올라가게 된다. NFT로 만든 디지털 자산에 가치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는 NFT가 미술시장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이유를 찾아보자.
◇ 미술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NFT
올해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NFT 미술품이다. 세계적인 예술가인 데미안 허스트와 무라카미 다카시가 NFT 물결에 동참하면서 이들의 SNS에서 ‘민팅’(minting)했다는 말도 자주 들려온다. 디지털 저작물을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거쳐서 NFT화하는 것을 민팅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박하사탕을 일컬어 민트향이 난다고 하는데, 민트(mint)에는 ‘화폐를 주조하거나 발행하다’라는 또 다른 뜻이 담겨 있다. 그래서 SNS상에서 ‘민팅’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디지털 저작물을 NFT로 만들었다고 쉽게 이해하면 된다.
NFT가 미술시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계에서는 그동안 예술작품이 각기 고유한 매력을 가졌음에도 알려지거나 유통되기 어려웠다. 기존 미술시장은 창작물을 만드는 작가는 많지만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1·2차 시장인 화랑, 경매 회사, 아트페어가 존재하고 있으나 실력이 검증된 작가이거나 인지도가 높은 작가에 치중돼 있어 사실 대학을 막 졸업하거나 작가 경력이 낮은 신진 작가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유명 작가라서 해서 문제가 없던 건 아니다. 오히려 유명세를 등에 업은 작가의 작품을 위작이나 모작으로 만들고 이를 진품이라고 속여서 유통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미술계에서 종종 들려오는 ‘위작’ 소식은 반 고흐나 이중섭 같은 유명 화가들에게 따라오는 꼬리표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한계가 있는 기존 미술시장에 NFT가 변화를 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블록체인 기술 활용하는 NFT의 장점
전문가들은 NFT가 미술시장을 혁신하는 이유로 먼저 블록체인의 비가역성, 투명성을 꼽는다. 비가역성은 ‘변화를 일으킨 물질이 본디의 상태로 돌아오지 아니하는 성질’이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다시 원상태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민팅해서 NFT로 만들면 조작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물론, 민팅은 저작권을 가진 자만 허용된다. 저작권이 없는 경우에 민팅할 경우 저작권법을 어기게 된다.
NFT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희소성이 NFT화된 예술품에 가치를 더하게 된다. 제한된 수의 사본을 발행하고 이 소유권을 증명하는 고유 블록에 다시 연결하는 것이다. 이로써 작품의 진위를 보증해준다. 디지털 아트는 복제가 쉬워 위작 논란의 여지가 많은 편인데, 작품이 NFT화 되면, 해당 작품의 진위성을 증명하는 고유번호가 생성된다. 이전에는 작품의 원본이 하나만 존재했지만, NFT를 통해 작품 원본의 개념도 바뀌었다. 원본이 10개라면 10개 모두 각각의 고유 토큰이 부여되기 때문에 복사본 모두 원본의 고유성을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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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복제가 쉬운 디지털 공간에서 돈이 복사돼 돌아다니면 가치를 잃기 쉽다. NFT는 블록체인이란 디지털 장부에 소유권을 기록해, 해당 NFT 소유자를 증명할 수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NFT를 전송하면, 블록체인에 이 거래 명세가 기록돼 소유자가 나라는 걸 증명하는 방식이다. NFT의 생성정보와 거래 명세는 발생할 때마다 기록되고, 장부는 투명하게 공개된다.
◇ 미술시장 바꿀 혁신 기술
NFT는 디지털 창작물의 자유로운 복제와 유통을 허용하면서도 원본의 가치를 증명하고 소유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어, 사진, 영상, 미디어 아트 등 디지털을 활용하는 예술품에 적합하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작품도 여러 사람이 나눠서 소유하거나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어 미술시장을 더욱 활성화할 수 있다.
2018년 2월 아일랜드 사진작가 케빈 아보쉬는 ‘포에버 로즈’(Forever Rose)라는 작품을 10명의 구매자에게 100만 달러(약 10억 8,000만 원)에 팔아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로즈(ROSE)로 불리는 ERC-20 기반의 토큰으로 NFT는 아니나, 미술품이 세계 최초 블록체인과 결합한 첫 판매 사례이다.
평범한 장미를 찍은 이 사진이 이렇게 큰 가격에 거래된 건 작가가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선물 프로토콜 기프토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로 암호화했기 때문이다. INK 재단, 블록체인 자문사인 TLDR 등 다수의 블록체인 기업에서 7명과 개인 구매자 3명 등 총 10명이 작품가를 10%씩 나눠 냈다. 이들은 작가가 발행한 가상화폐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포에버 로즈의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단, 디지털 파일 원본은 작가가 갖고 저작권과 배포권도 작가 소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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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는 간편한 발행 절차를 갖추어 작가와 컬렉터 모두의 시장 진입을 활성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NFT마켓이 민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민팅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코인으로 민팅을 위한 수수료인 ‘가스비’를 내기만 하면 된다. 이때 작품명, 창작 일자, 작품설명, 희망 가격, 로열티 등 세부 계약 조건을 입력하면 된다. 특히 로열티의 경우, 창작자의 작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10~15%의 로열티를 받도록 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블록체인상에서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자동으로 대금을 작가에게 보내게 된다. NFT 미술품도 음원처럼 창작자가 로열티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정 NFT마켓에서 민팅한 NFT는 다른 마켓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니, 한 번만 민팅하면 된다.
이로써 코로나19로 전시가 어려워지면서 침체한 미술계에서도 NFT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들어둔 작품을 민팅하거나 아예 새로 디지털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들은 3차원 가상 세계인 ‘크립토복셀’(cryptovoxels)이나 ‘온사이버‘(oncyber) 등을 통해 온라인 전시회를 연다.
예술가들의 전시 방법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컬렉터들이 예술품을 구매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컬렉터들은 직접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지 않고 미술 작품을 집에서 관람하면서 클릭 한 번으로 예술품을 바로 소유할 수 있다. 계약서의 기능은 이더리움의 스마트컨트랙 기술을 통해 블록체인에 저장된다. 여기에는 창작자, 현재 소유자, 판매 날짜, 가격까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된다.
예술가들에게 오프라인 전시 장소를 제공하고 마케팅을 돕던 화랑들은 작가들이 NFT 미술시장에 전면으로 나설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물론, 전통적인 1차 미술시장인 화랑들의 역할이 바로 축소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4차 산업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에서 발현된 NFT는 미술시장과 만나 혁신을 이루고 있다. 다음 편에는 국내외 NFT미술품 판매 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는...
2010년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통신부에서 프랑스 문화재 감정과 문화재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시기획사인 이상아트(주)의 대표이사이자 유럽 문화예술콘텐츠 연구소 소장으로 예술감독,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