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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실종 아동 문제가 행사라도 해야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20일 열린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 ‘2014 그린리본마라톤대회’.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가 대회 시작에 앞서 마련된 무대 위에 올라섰다. 화창한 가을날씨에 마라톤 참가자뿐만 아니라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였다. 이 자리에서 서 대표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을 대신해 실종 아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서 대표는 20년 전인 1994년 딸을 잃어버렸다. 당시 열 살이던 외동딸은 전북 남원시 향교동 집 근처 놀이터에서 사라졌다. 딸이 실종된 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다녔지만 다른 실종 아동 부모와 마찬가지로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대신 서 대표는 딸을 찾는다는 벽보를 보고 동병상련을 느낀 다른 부모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실종 아동 부모들은 자발적으로 다른 지역 내에서 서로의 자녀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것이 모임이 돼 2010년 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단법인 실종아동찾기협회를 승인받기에 이르렀다.
서 대표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며 “하지만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실종 아동 부모들의 아픔은 세월호에 희생된 학생들의 부모 마음보다 더 아플 수도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과거에 비해 실종 아동 찾기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나 사회단체의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실종신고 후 바로 찾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실종 아동이 가정으로 못 돌아오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한 해 4만여건의 실종신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 2%만 돌아오지 못해도 800명의 아동과 1600명의 부모들이 생이별을 하는 것이다.
서 대표는 “현재 실종신고가 접수된 후 48시간이 지나면 장기 실종처리가 된다”며 “이 경우 경찰에서는 범죄사실 확인만 한 뒤 단서가 없으면 사건이 종결돼 부모들은 더 큰 고통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를 잃은 지 40년이 된 부모도 그린리본마라톤대회에 참석했다”며 “가장 큰 바람은 실종 아동들이 하루빨리 모두 부모 품으로 돌아와 협회를 자진 해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공동주최한 그린리본마라톤대회는 아동범죄 근절과 실종 아동 예방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는 취지 아래 열려 시민 3000여명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