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킥보드 사고 증가로 도로교통법이 강화된 지 2년이 됐지만, 현장에서는 안전을 무시한 주행이 계속되고 있다. 안전모를 제대로 착용한 운전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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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이날 서울 도심 교차로 3곳을 30분씩 살펴본 결과 전동킥보드 운전자 25명 중 21명(84%)이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돌아다녔다. 보행자 10명 중 8명꼴로 법규를 위반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사거리에서 이날 오전 11시30분~12시 사이 전동킥보드 운전자 11명 중 9명(81%)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거리를 지나다녔다. 안전모를 착용한 2명은 음식 배달원이었다. 점심시간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 사이로 전동 퀵보드가 ‘휙휙’ 오갔다. 킥보드 사용자를 붙잡고 바뀐 규정을 물어보니, 김모(35)씨는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공유킥보드 업체들 대부분이 사용자에게 안전모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사거리에 공유 킥보드 30~40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안전모는 따로 없는 상태였다.
강남역사거리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1시 사이 전동 킥보드 운전자 8명 중 전원(100%)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거리를 오갔다. 역삼역사거리와 비교해선 강남역사거리 인도는 폭이 넓어서인지, 전동 킥보드 운전자 대부분이 보행자와 거리를 둔 채 움직였다.
그러나 일부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보행자 옆으로 밀착해서 지나가,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뻔하기도 했다. 이모(28)씨는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일이 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차라리 업체들이 안전모도 같이 제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의 신림역사거리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운전하는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이 있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2시 사이 전동 킥보드 운전자 5명 중 3명(60%)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거리를 지나다녔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성인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면허를 취득한 만 16세 이상만 탈 수 있다. 주행 시에는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며 한 대에 두 명 이상이 타면 안 된다. 안전모 미착용 시 2만원, 승차정원 초과 탑승 시 범칙금 4만원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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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킥보드 등과 관련한 사고 건수와 사상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년 전동킥보드와 관련한 사고 건수는 225건이었지만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935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4명에서 8명, 10명, 19명으로 늘었다. 부상자 수도 238명에서 473명, 985명, 1901명으로 증가했다.
전동 킥보드 규정 위반과 관련한 단속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안전모 착용 등 도로교통법이 강화된 첫해인 2021년 5월 13일부터 2022년 5월 12일까지 전동 킥보드 위반 단속 건수는 10만4874건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안전모 미착용이 8만3001건, 승차정원 위반이 576건, 무면허가 1만163건, 음주운전이 4162건, 기타가 6972건으로 조사됐다.
1년 후 단속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2년 5월 15일부터 올해 5월 9일까지 총 단속 건수는 18만5501건을 기록했다. 이 중 △무면허 2만5223건 △안전모 미착용 13만9210건 △음주운전 8549건 △승차정원 위반 1249건 순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 사이에서도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운전자 홍모(35)씨는 “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를 마주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피해 다닌다”며 “안전모를 안 쓰는 것은 기본이고 두세 명이 하나의 전동 킥보드를 타고 가는 모습을 보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전모(38)씨도 “강남역 근처 전동 킥보드를 타고 앞으로 지나가는 운전자에 깜짝 놀란 적이 몇 번 있다”며 “경찰이 단속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