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의 타임머신]갤럭시의 미약한 시작..`폴드`로 펼친 창대한 10년

양희동 기자I 2019.02.23 05:00:00

옴니아에 가려 ''구글폰''으로 불리던 첫 갤럭시
''갤럭시S''로 돌풍..2011년 10월 애플 넘어 1위
패스트팔로어 넘어 퍼스트무버 선언한 ''폴드''

삼성전자가 지난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갤럭시 언팩 2019’ 현장.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2011년 10월 7일, 아침부터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삼성전자(005930)의 그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접하고 놀라움에 들썩였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업황 악화로 동반 부진하며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아이폰의 위세에 눌려 수년째 고전하던 스마트폰 사업이 사상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세계 시장 1위로 올라선 것입니다. 영업이익도 시장 컨세서스(전망치)를 1조원 가량 상회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왕좌에 등극하기 불과 이틀 전인 그해 10월 5일,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애플의 CEO(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잡스 사후 7년여간 중국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갤럭시 10주년을 맞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갤럭시 폴드(Galaxy Fold)’란 새로운 혁신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애플의 혁신을 뒤쫓던 ‘패스트팔로어’에서 가장 앞장서 시장을 개척하는 ‘퍼스트무버’로 도약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삼성전자 IM(IT 모바일)부문장 고동진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오늘날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고 스마트폰 업계에 모멘텀을 만들어, 앞으로 경험 혁신가(Experience Innovator)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2009년 선보인 첫 안드로이드 기반 갤럭시 스마트폰 ‘i750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는데 기여한 1등 공신은 단연 ‘갤럭시’ 시리즈입니다. 그러나 그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10년 전인 2009년 봄 삼성전자는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 기반의 옴니아 시리즈를 전략 스마트폰으로 밀고 있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처음 탑재한 제품은 일명 ‘구글폰(모델명 i7500)’이라고 불렸습니다. 유럽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이 제품이 최초의 갤럭시 스마트폰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갤럭시 스마트폰을 처음 내놓은 2009년 당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2~3% 선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애플은 16~18% 선으로 격차가 5~6배에 달하는 시쳇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인 경쟁자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 6월 삼성전자가 옴니아가 아닌 ‘갤럭시S’를 전략 스마트폰으로 출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1분기 5% 안팎이던 시장 점유율은 그해 4분기엔 10%선까지 치고 올라갔고 마침내 2011년 3분기 22%를 기록하며 애플(17.1%)을 뛰어넘고 말았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제 세계 1등을 넘어 퍼스트무버로서 폴더블폰 시장 개척을 선언했습니다.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도 폴더블폰 출시를 예고하며 경쟁에 나설 태세입니다. 그러나 폴더블폰의 핵심 기술인 플렉시블 OLED(굽는 유기발광다이오드)패널의 양산 기술 및 능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독보적입니다. 따라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폴더블폰 공급 확대는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에겐 오히려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직접 지은 삼성(三星)이란 사명은 ‘크고 강력하고 영원하라’는 뜻입니다. 그 의미처럼 삼성은 창립 이후 81년 동안 지속 가능한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첫 전략 스마트폰인 옴니아(Omnia)도 ‘세상의 모든 것’이란 라틴어로 삼성의 지향점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또 끝없이 드넓은 은하계를 뜻하는 갤럭시(GALAXY) 브랜드도 1983년 8월 제일모직이 ‘신사복의 혁명’을 기치로 론칭했지만 전략 스마트폰에 적용한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이건희 회장은 IMF 외환위기가 몰아쳤던 1997년 말 펴낸 유일한 자서전에서 21세기에는 ‘빨리’보다 ‘먼저’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제는 빨리만으론 안 통하는 세상이 됐다.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의 빨리 경쟁력은 후발 개도국이 답습, 추격해오고 있다. 우리 자신 또한 빈곤에서 벗어난 마당이라 과거와 같은 근면성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금부터는 시간 경쟁력의 질적 차원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빨리’를 기회를 선점하는 ‘먼저’의 개념으로 전환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에게 폴더블폰은 이 회장의 말처럼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를 ‘빨리’보다 ‘먼저’로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입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갤럭시 폴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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