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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더불어 사는 엘리트'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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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대 기자I 2017.02.06 06:00:00
[이재원 문화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 “내일 6시에 깨워줘. ” “3866!” 아내에게 다음날 깨워달라고 말하고 잠든 박정우(지성 분)는 차가운 감옥에서 눈을 뜨는 순간 이름 대신 수감번호로 불린다. 최근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의 한 장면이다. 정의감 넘치는 열혈 검사였던 박정우는 하루아침에 아내와 딸을 살해한 피고인이 되어 버렸다. 박정우는 차명그룹 차민호(엄기준 분)가 쌍둥이 형 선호를 죽이고 선호 행세를 한다는 심증을 갖고 대차게 수사를 하던 중이었다.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 에이스에,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박정우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에 불타는 검사였다.

드라마 속의 검사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 현실에서 우리는 또 다른 검사들을 목도하고 있다. 승승가도를 달리던 이들이 피고인이 되거나 된 이들이다. 위세를 떨치던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우병우,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 등은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특별검사팀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두 사람 모두 검사 출신으로 정치 행보를 이어갔던 인물이다.

검사는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며 재판을 집행하는 일을 한다. 어떠한 법이 있고 무엇이 범죄인지 잘 알아야 하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도리어 법을 이용하여 온갖 논란에도 법망을 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기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김 전 실장에게 ‘법꾸라지’라는 별명마저 붙었겠는가.

우병우도, 김기춘도, 범죄를 저지르고자 검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병우는 고등학교 시절 ‘정의로운 사회와 부정부패가 없는 국가를 만들겠다’며 법대에 진학하고 싶은 이유를 밝혔다니 당시 포부만은 순수하고 올곧은 마음을 품기도 했을 터. 두 사람 모두 소년등과했다. 대학교 3학년의 나이에 사법고시 제도를 너끈히 통과할 두뇌를 지닌 이들이 사리분별을 못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엘리트로 불린 이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숙지하는데는 능숙했을지 몰라도, 교과서 밖의 세상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인격으로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관심, 사회구조에 대한 뼈 아픈 고민 없이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국 교육의 문제를 다시 성찰해봐야한다. 높은 점수를 빨리 받는 교육이 아니라, 감수성과 회복탄력성을 갖고 사건과 사람을 대할 수 있는 사회성을 가질 수 있는 교육 말이다. 성균관대 유학 동양학과 이기동 교수는 ‘열 살 전에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책에서 예전부터 우리가 갖고 있던 함께 사는 방식으로 사회성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남의 고통과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로 더불어사는 것이 사회를 살아가는 중요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잘 하지만 인성이 부족할 때, 엘리트는 엘리트가 아니라 괴물이 되어 버린다. 검사의 자리든, 고위 공직자의 자리에서 국민에게 영향을 줄 결정을 한다면, 엄청난 무기를 손에 쥔 괴물이 되는 셈이다.

하늘이 준 환경과 능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엘리트는 괴물일 뿐이다. 다행히 괴물 엘리트만 있는 게 아니어서 희망은 있다. 현실 속 또 다른 검사를 다룬 작품이 있다. 조인성 정우성 주연의 영화 ‘더 킹’에는 조직폭력배와 연결된 소위 ‘정치검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검사가 활약한다. 이 검사의 모델은 광주 인화학교 아동 성폭행 사건(일명 도가니 사건)의 공판을 맡은 임은정 검사다. 영화 관람 후 임 검사는 감찰을 맡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임 검사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대부분 검사는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비단 엘리트뿐이랴. 가정에서든, 회사에서든, 작더라도 누구나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된다. 리더의 역할을 맡는 엘리트라면, 자신 혹은 최순실보다 국민을 위한다는 책임감과 소명감을 가져야 민초의 삶이 그나마 희망적이지 않겠는가.

△이재원 문화평론가·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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