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休] 철 지난 캐리비안 베이에서 '황제 물놀이'를 즐기다

이승형 기자I 2012.10.23 07:00:54
[용인=이데일리 이승형 선임기자] 지난 19일 오전 자동차로 영동고속도로 마성 나들목을 빠져 나오는 순간 라디오에서 밴드 ‘데이브레이크(Daybreak)’의 히트곡 ‘좋다’가 흘러 나온다.

‘니가 있어 좋다. 사랑해서 좋다.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기분.’

왠지 사람을 들뜨게 하는 매력을 가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리는데 차창 밖 주변이 완연한 가을색이다. 마성 나들목에서 용인 에버랜드로 이르는 4km 가량의 길은 호젓하고, 상쾌하다.

매끈히 포장된 도로, 깔끔히 정제된 조경의 가로수, 포도(鋪道)위에 뒹구는 빛바랜 낙엽들, 그 위로 살랑거리는 바람. 끝없이 달려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 가을 길은 10분만에 에버랜드 입구에서 멈춘다.

◇ 아는 사람만 온다, 철 지난 캐리비안 베이
10월의 캐리비안 베이. 가을 하늘은 푸르고, 단풍은 붉고, 수영장은 한적하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여름의 축제가 막을 내린 캐리비안 베이는 한적하다 못해 고즈넉하다. 사람들로 바글거리던 장면이 매년 여름 TV 뉴스의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10월의 이 곳은 인구 밀도가 떨어져도 한참 떨어진다.
서늘한 공기 속에서 물놀이하는 맛은 특별하다. 한 겨울 눈이 펑펑 오는 날 즐기면 더욱 운치있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한 여름 하루 2만명(그것도 입장 제한을 해서)이 찾던 이 곳이 요즘에는 평일 하루 평균 2백여명, 주말엔 2000여명으로 줄었다. 같은 면적을 100명이 공유했던 것을 1명이 독차지하는 셈이다.

당연히 100배 더 쾌적하다. 그야말로 ‘황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백화점,공공장소, 지하철에 있으면 식은 땀이 흐르고 현기증이 나는 광장공포증(廣場恐怖症)을 가진 이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다.

이날 오전의 캐리비안 베이에는 노인 예닐곱명과 서너 가족, 두세쌍의 커플들만이 보였다. 여름철 수영장이 목욕탕 같아 해외로 도피성 휴가를 떠났거나 아예 물놀이를 건너 뛰었던 이들이라면 캐리비안 베이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같은 시즌에는 ‘아는 분들만’ 오십니다. 지금이 오히려 한가하게 즐기기 좋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들만. 저희들은 손님들이 안 오셔서 적자이지만 그 분들은 대만족이십니다. 추운 계절에도 물놀이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실천하시는 분들이죠.”

정인철 삼성에버랜드 리조트사업부 수석은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워터파크인 이 곳은 실내외에 대형 풀(pool) 6개, 스파(spa) 15개를 갖추고 있다. 물은 적당히 따뜻하다. 위로는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아래로는 아늑한 물 속에서 야외 수영을 즐기는 맛은 감칠나다.

◇ 1박2일도 모자랄 놀거리와 볼거리

물놀이가 지겨워졌다면 옆집 에버랜드가 있다. 요즘엔 10월말까지 열리는 할로윈축제가 한창이다. 입구를 지나 지난달 29일 오픈한 곤돌라 스카이 크루즈(Sky Cruise)‘를 타고 내려가면 가을꽃 10만송이가 심어진 ‘포시즌스 가든’을 만난다.
에버랜드 포시즌스 가든. 200여명의 조경사들이 가꾼 가을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이 많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이 곳에서는 매일 밤 불꽃놀이와 레이저쇼가 열리는데 바로 옆 홀랜드빌리지에서 맥주와 바비큐 치킨을 먹으면서 불꽃쇼를 보는 건 남다른 즐거움이다.

에버랜드 ‘T 익스프레스’. 최고 시속 104km, 낙하각 77도를 자랑하는 롤러코스터. 모든 것은 3분안에 끝나지만 12번의 에어타임(무중력을 느끼며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을 체험하고 나면 심장이 ‘쫄깃해진다’.
단풍이 붉게 물들어 가는 가운데 쏜살같이 지나가는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 에버랜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놀이기구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동물원의 재미도 쏠쏠하다. 우리말 70여가지를 하는 앵무새 랄라가 있고, 박수소리에 반응해 줄을 타는 너구리과의 코아티들도 있다.

에버랜드 주변에도 갈 곳은 많다. 국내 최대의 은행나무 군락지가 있고, 인공호수가 있고, 세련된 호암미술관이 있다.

만일 가족들과 1박2일로 캐리비안 베이와 에버랜드를 즐기고 싶다면 통나무로 지어진 ‘캐빈 호스텔’과 ‘힐사이드 호스텔’을 고려할 만하다. 이용 요금은 평일기준으로 1박에 5만원에서 35만원까지 다양하다.
에버랜드에서 호암미술관으로 이르는 길. 차분한 산책로로 손색이 없다. 삼성에버랜드 제공


◇ 요금 정보

캐리비안 베이 입장료는 하루 종일 이용할 경우 대인 3만5000원, 소인 2만7000원이다. 오후 2시30분 이후에만 이용하면 대인 3만원, 소인 2만3000원. 하루 동안 캐리비안 베이와 에버랜드를 함께 이용하고 싶다면 1일 콤비권(대인 4만7000원, 소인 3만5000원)을 사면 된다. 이틀동안 두 곳을 다 이용한다면 2일 콤비권( 대인 6만4000원, 소인 4만9000원)이 있다.

◇ 길라잡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에 위치한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는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안 막히면 40분 거리다.

▲자동차: 강변북로 구리 방향으로 달리다 한남대교로 빠져 직진해 경부고속도로를 탄다. 다시 신갈 나들목에서 영동고속도로 원주 방면으로 옮겨 5분 정도 달리다 마성 나들목으로 진출한 뒤 10분 정도 직진하면 에버랜드가 나온다. 국도를 이용하고 싶다면 경부고속도로 판교 나들목으로 진출한 뒤 분당 태재고개를 넘어 광주 방면 57번 국도로 진입한다. 이어 능원교차로에서 43번 국도로 갈아탄 뒤 용인 방면 문형교차로에서 우회전해 전대리 방면 321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에버랜드에 도착한다.

▲대중교통:서울 지역 일반버스로는 5002, 5700, 1500-2, 1113, 8478, 8862, 8839번 등이 에버랜드를 운행한다. 경기지역에서는 수원역·용인시청 등을 지나는 66번, 수지구청 등에 서는 670번 버스 등이 있다. 한편 서울 및 충남, 영호남 지역에서 각각 출발하는 정기 관광버스도 있으며, 사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에버랜드 홈페이지(www.everland.com) 참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