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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개월이 지난 현재 도프는 유연근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9일 경기 평택시 청북읍에 위치한 도프를 방문해 회사 임원과 직원들을 격려하고 소규모 회사가 유연근무 도입에 나선 계기를 물었다. 장 대표는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했지만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벤처협회로부터 유연근무와 관련한 정부 지원 사업을 소개하는 메일 한 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연근무를 도입하면 채용도 원활히 할 수 있고, 휴직에 들어간 직원도 회사에 복귀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도프가 받고 있는 지원 사업은 고용노동부의 유연근무 종합컨설팅 제도다. 전문 상담사가 회사 특성을 분석해 최적화된 유연근무 활용 방안을 제시해준다. 김성현 시앤피컨설팅 수석컨설턴트는 “도프 신청이 들어왔을 때 놀랐다”고 했다. 경기 평택이고, 평택 내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작은 회사가 유연근무에 관심을 가져서였다. 특히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 더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장 대표의 의지는 돋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프는 3년 근속을 하면 안식휴가 5일과 휴가비 300만원을 지급한다. 이후 3년마다 100만원을 더해 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축하금 500만원을 주고, 직원이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방송대에 입학하면 학비를 전액 지원한다. 코로나 사태 후 매출이 정체됐던 지난 3년 동안엔 성과급 대신 위로금을 대표부터 말단 직원까지 정액으로 나눴다.
김 수석은 직원 32명의 직무와 직군별 최적의 유연근무 종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생산관리직 8명과 마케팅직 1명엔 시차출퇴근, 영업직 9명엔 선택근무, 개발직 2명엔 선택근무 또는 재택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나왔다. 다음달 구체적인 제도 설계 후 오는 9월께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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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유연근무 도입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2020년 4월에 입사한 김종화(47) 관리팀 매니저는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생 등 세 자녀를 둔 워킹맘이다. 직전에 한 대기업에서 18년간 근무하다 막내가 태어나며 경력단절여성이 됐고, 이 회사에 ‘간신히’ 입사했다. 김 매니저는 “불시에 아이가 아프면 데리러 가야 하는데 워킹맘으로서 쉽지 않다. 동료들이 배려해 주지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유연근무가 시행되면 여력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2년 10월에 입사한 유영규(39) 영업팀 선임매니저는 만 2세 자녀를 둔 맞벌이 아빠다. 그는 인근에 거주하는 처제 도움을 받아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하원을 시켰다.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할 수도 있으나 비용이 비쌌다. 유 선임은 “주변에 맞벌이하는 분들을 보면,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하느니 한 명이 외벌이하는 게 낫다고 보고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다. 그는 유연근무가 도입되면 배우자와 등원과 하원을 분담할 예정이다.
이밖에 2018년 2월부터 이 회사 연구개발팀에서 제품 개발을 맡고 있는 김명진(52) 수석매니저는 “경기 수원에서 출퇴근을 한다”며 “거리는 40㎞ 정도지만 보통 3시간이 걸리고, 월요일 출근 시간과 금요일 퇴근 땐 4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김 수석은 “선택근무나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 업무 효율이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유연근무 도입에 반대했던 황원극 팀장은 생각을 바꿨다. 황 팀장은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려면 기존 틀을 깨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일은 모두 모여서 하고 내 옆에 직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장동길 대표는 “도프(DOF)가 ‘Dream of Future’, ‘Dream of Farmer’ 약자다. 회사는 비록 작지만 농민들에게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비료를 생산한다”며 “직원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 회사도 지금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