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10년간 경력직원 채용에서 규정 위반을 1200여 건이나 저지른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에서 400여 건, 지역선관위에서 800여 건이 적발됐다. 그동안 실시된 291번의 경력직원 채용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특히 전현직 직원의 자녀나 친인척을 부정한 방식으로 특혜 채용한 사례가 많다. 중앙과 지역 선관위의 전현직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도 다수가 부정 채용에 관여했다.
부정 채용 사례를 낱낱이 들여다보면 그 비열함에 말문이 막힌다. 중앙선관위는 2019년 인천선관위에 사무총장 자녀가 특혜 채용되도록 했다. 경력직원 채용 수요가 없는 인천선관위에 채용 인원을 배정한 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친분이 있는 내부 직원으로만 면접위원회를 구성해 점수를 몰아줬다. 그 사무총장 자녀를 두고 당시 내부 직원들이 메신저에서 ‘세자’라고 칭하며 ‘과도한 자식 사랑’ 운운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2022년에는 전남선관위에서 사무차장 자녀가 인사 담당자의 점수 조작을 통해 특혜 채용됐다. 그 인사 담당자는 면접위원들에게 평정표에 순위만 쓰고 점수는 쓰지 말라며 해당 칸을 비워두게 한 뒤 자신이 사무차장 자녀에게 유리하게 점수를 기입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 관리를 맡고 있기에 공정성과 신뢰성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기관이다. 그럼에도 고위 간부부터 말단 직원까지 한통속이 돼 조직범죄를 방불케 하는 채용 부정을 저지르며 국민을 배신했다. 선거철에 실시되는 경력직원 채용을 직원 자녀나 친인척의 국가공무원 입직 기회로 이용해온 악습은 기생충이나 다름없다. 이번 감사에서 지역선관위 사무국장이 셀프 결재로 낸 병가와 무단결근을 포함해 8년간 70차례, 170일 이상 해외여행을 즐긴 사실이 적발되는 등 근태 관리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혐의가 중대한 간부와 직원 2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지만 적발된 부정의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채용 부정 연루자라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아울러 선관위를 재구성하는 수준의 조직 쇄신책이 마련돼야 한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업무 전반에 대한 외부통제를 강화하는 일 또한 시급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