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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로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금융사도 (불완전판매 혐의를) 인정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배상 규모가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금융사들이 수긍하고 자발적으로 일부를 배상하면 소비자로서 일단 유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은 “업권에서 공감대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할 것은 아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금감원의 자율배상 압박에 은행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일반적인 금융분쟁 배상절차는 ‘금감원 검사 완료→불완전판매 혐의 입증→제재 통보→배상기준안 마련→금융사·소비자 분쟁조정 합의’ 등의 순으로 진행한다. 분쟁조정으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융사와 소비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다투게 된다.
은행으로서는 불완전판매 혐의가 온전히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율배상을 한다면 판매사 스스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게 돼 수조원대 과징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인다. 투자자에게 내줘야 할 배상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나 소송, 금융당국 징계 등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분조위의 결정 후 자율조정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의 배상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배상 카드를 꺼내 들면 수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자칫 배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 아울러 50%로 자율배상한 뒤 완전판매로 드러나도 선지급한 50%를 돌려받을 길이 없다고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LF사태 때와는 달리 이번 홍콩 ELS는 상품 자체의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 불완전판매를 건건이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율배상을 한다면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배상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사 이후 완전판매로 확인되면 자율배상을 통해 지급된 손실액을 돌려받아야 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모든 홍콩ELS 소비자에게 50%를 배상하라고 하는 것이다”며 “금융당국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불완전판매에 대한 자체 점검 결과는 물론 당국의 책임분담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배상안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