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와 벨기에를 여행하고 며칠 전 막 귀국한 직장인 최모(28)씨는 “코로나 걱정 없이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서 뜻 깊었다”며 웃었다. 최씨는 직항도 아닌 경유 항공편을 이용했는데도 1인당 왕복 190만원에 달하는 항공권 가격을 보고 놀랐지만 눈을 질끈 감고 결제했다. 그는 “두 달 반 전에 예매했는데도 항공사마다 경유지도 천차만별이고 비싸더라”며 “비싼 값을 주긴 했지만 모처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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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군포의 박모(40)씨는 “코로나 이전엔 왕복 130만원 정도에 다녀왔는데, 올 여름 유럽 여행을 가려고 보니 200만원은 넘는 것 같더라”며 “회사에서 눈치보면서 휴가써도 9일 정도 다녀올 수 있는데 항공료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여행 가기 전후로 최대한 긴축해서 아껴서라도 다녀올 생각”이라고 했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직장인 박모(27)씨는 “파리행 티켓을 200만원 넘게 주고 샀다”며 “너무 비싸지만 그동안 못 나갔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너무 가고 싶어서 질렀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해외여행을 떠나려 마음먹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여행 경비도 증가했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43.5%로 가장 많았다. 2022년 23.6%와 비교하면 19.9%포인트, 2020년 8.7%과 비교하면 34.8%포인트 증가했다. 소비자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내·해외 여행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여행 경비는 평균 195만1000원으로 코로나19 이전 대비 40% 이상 늘었다.
해외여행의 경우 경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항공료다. 항공권이 이렇게 비싸진 이유는 유류할증료 상승과 더불어 늘어난 수요를 항공사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항공사들은 코로나 시기 감축한 인력과 노선을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 4월 국적사 공급석(출발·도착)은 1024만3470석으로, 2019년 같은 기간 1227만2262석의 83%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9월을 목표로 국제선 운항 횟수를 코로나 이전의 90% 선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지만, 이번 여름엔 비행기값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때 사람들이 명품가방 등을 사면서 소비 욕구를 해소했는데 해외로 가는 길이 완전히 열리면서 수요가 몰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억눌린 요구가 폭발해서 비싸도 가겠다는 심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SNS를 통한 자기만족과 과시를 위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