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뮤지컬배우 차지연(40)은 12년 전 뮤지컬 ‘서편제’ 초연 첫 공연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차지연은 뮤지컬배우 5년차였던 2010년 8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한 ‘서편제’에 소리꾼 출신 이자람, 민은경과 함께 주인공 송화 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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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는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이지나 연출, 조광화 작가, 윤일상 작곡가 등 내로라하는 창작진이 함께 만든 작품으로 초연 당시 평단의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 성적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차지연은 “저는 명창이 아닌데도 저를 보러 와준 관객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정말 열심히 공연했다”며 “‘서편제’ 초연은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날 것 같은 무대라 소중하게 남아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22년, ‘서편제’가 지난달 12일부터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마지막 시즌 공연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원작 사용 기간 만료가 다가와 이번이 뮤지컬로 ‘서편제’를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첫 공연 당시 25명에 불과했던 관객은 이제 1000석 규모의 광림아트센터 BBCH홀을 가득 채우고 있다. 차지연은 초연 이후 총 다섯 시즌에 걸쳐 진행한 ‘서편제’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송화 역으로 출연했다.
“초연 때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이었는데, 이제는 마흔한 살의 아이 엄마가 됐어요. 삶에서 많은 경험을 하다 보니 지금의 송화는 스물아홉 때보다 더 맑아진 것 같아요. 마지막이라 허전하거나 섭섭하진 않아요. 배우의 덕목 중 하나는 사랑하는 역할과 작품을 보내줘야 할 시기를 잘 알고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서편제’가 딱 그런 작품이라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게 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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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회 관객에게 진심으로 공연을 보여주면 관객도 제 마음을 알아주면서 느리지만 켜켜이 ‘티켓파워’가 쌓일 거라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왔거든요. 그 과정에서 설움도 많았죠. 그런데 송화가 가는 길이 제가 가려는 길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어요. 송화와 조금 더 마음이 붙은 느낌이에요.”
차지연은 국악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국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외조부가 판소리 명인 송원 박오용(1926~1991)이다. 외조부의 피를 물려받아 어릴 때부터 고수로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차지연은 “너무 어린 나이에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어 국악에 좋은 생각은 없다”며 “다만 ‘서편제’의 주제인 ‘한’을 쌓아준 것 같아 그게 무대에서 역할로 승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SNS 개설…“팬들과 소통 늘려 갈래요”
차지연은 최근 뮤지컬계 인맥 캐스팅 논란 과정에서 SNS를 개설하고 뮤지컬 제작환경 변화를 요구하는 배우들의 성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배우로서 불공정한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가 많았는데, 나부터라도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도 늘려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서편제’에는 차지연 외에도 이자람, 유리아, 그리고 트롯가수 양지은, 홍지윤이 송화 역으로 출연한다. 송화의 동생 동호 역에 김동완, 송원근과 그룹 SF9 멤버 재윤, 소리꾼 김준수, 아버지 유봉 역에 남경주, 서범석, 김태한이 캐스팅됐다. 오는 10월 23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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