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작품의 진위를 보증해주는 기능이 있다. 파일로 존재하기에 복제가 쉬운 디지털 아트는 위작이나 진위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작품을 NFT화 하기 위해 ‘민팅’ 하면 해당 작품의 진위성을 증명하는 고유번호가 만들어지면서 복제나 위작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렇다면 NFT가 실물 작품에도 똑같이 적용돼 위작이 골칫거리인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까?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같은 유명 화가의 위작 문제도 NFT가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사건이 올해 일어났다.
◇ 온라인 경매로 나온 이중섭·박수근·김환기 NFT 작품 논란
NFT가 몰고 온 열풍은 한국 미술시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세계적인 경매회사들이 NFT 미술시장에 뛰어들자, 국내 최대 경매사인 서울옥션도 자회사인 서울옥션 블루를 통해 NFT 미술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2021년 5월 말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인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의 그림까지 NFT로 전환돼 온라인 경매에 나오며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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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NFT로 만들 때의 저작권은?
사실 이번 NFT 미술품 경매에 대한 저작권 이슈는 우선 복제권과 전송권 침해에 있다. 미술 작품을 민팅하는 사람이 해당 작품의 저작권자가 아니라면 ‘복제권’을 침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저작권자가 아닌 이가 민팅한 저작물을 NFT 플랫폼에 올리는 경우라면 ‘전송권 침해’에 해당한다. 작가명을 타인으로 기재해 판매한다면 ‘저작인격권 침해’가 발생한다.
저작권과 소유권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저작권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2013년 개정된 저작권법(법률 10807호)에 의하면, 1962년 12월 31일 이전에 사망한 작가의 작품은 사후 50년까지 보호되는 반면, 1963년 1월 1일 이후에 사망한 작가의 작품은 사후 70년까지 보호된다. 1962년 12월 31일 이전인 1956년 작고한 이중섭의 경우 사후 50년이 지났지만, 박수근과 김환기의 경우 저작권이 남아있다.
저작권법적으로 저작권자가 아닌 소장자는 작품을 ‘민팅’ 할 수 없다. NFT로 만들 수 없기에 애초부터 이번 NFT 경매는 불가능했다. 뱅크시의 판화 작품인 ‘멍청이’(Morons)를 구매해 불태우기 전에 NFT로 만든 ‘인젝티브 프로토콜’(Injective Protocol)의 행위도 저작권법을 어겼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소장자는 맞지만, 저작권까지 소유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중섭처럼 저작권이 만료된 작가의 작품을 민팅해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누구나 이용 가능한 저작물을 활용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취하는 행위이기에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올해 3월 싱가포르에 있는 글로벌아트뮤지엄(Global Art Museum)이라는 단체가 구스타프 클림트, 빈센트 반 고흐, 에드가 드가, 폴 세잔 등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NFT화 해서 판매를 시도했다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박물관 등의 소장 미술관들의 문제 제기로 중단한 사례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6월 4일 NFT 기반 저작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저작물 이용형태 등 사실관계를 고려한 저작권 보호 기반, 이용허락 여부, 저작권 양도계약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에 대한 침해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저작물이 아니더라도 NFT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비슷한 문제가 재발할 여지가 있으므로 조속한 제도 마련이 요구된다.
◇ 잇달아 열리는 NFT 전시회
한국 미술시장에 논란만 있는 건 아니다. NFT 전시회가 잇달아 열리며 눈길을 끌었다. 88명의 한국의 NFT 아티스트가 가상공간에서 NFT 작품을 전시하는 ‘제1회 KOREAN ARTIST OASI’S가 올해 4월 1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NFT 아티스트도 활동하는 한동이 작가와 가상공간 제작 업체인 NFT OASIS VR(설립자 Will O’Brien)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어 5월에는 서울 성수동 뿐또블루에서 NFT 아트 전시회인 ‘토큰 선언서‘(The Token Manifesto)가 열렸다. 디지털로만 접할 수 있던 NFT 작품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왔다. 관람객들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기기로 QR코드 접속을 통해 NFT 작품을 마주했다.
서울에 있는 유진갤러리는 국내에서 주목받는 NFT 작가인 김재욱, 이규리, 275C, 최주열(JHU) 등을 소개하는 전시인 ’마이 컬렉션 위드 NFT‘(My Collection with NFT)를 올해 7월 10일부터 27일까지 열었다. 유진갤러리 측은 “미술시장의 급진적 변화와 함께 컬렉션의 문화가 대중에게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라며 “컬렉션을 함께 향유하고 새로운 컬렉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될 NFT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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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미술품까지 NFT로 출품되고 있다. 고미술품경매사 마이아트옥션은 프로젝트팀 타이거리스트(TIGERLIST)와 함께 19세기 조선 궁중 장식화 ‘십장생도 6폭 병풍’ NFT 작품 소유권(총 35억 원)에 대한 공모에 나서, 세 차례로 나눠 판매했다.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은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1446)을 NFT 100개 한정판으로 개당 1억 원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2021년 7월 22일 발표했다. 블록체인 기반 테크 미디어 기업 퍼블리시가 NFT 발행에 대한 기술을 담당한다. 책 실물이 아닌 디지털로 만든 NFT의 원본성과 소유권을 살 수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 창제 목적과 제작 원리 등을 담은 해설서로 1962년 국보로 지정됐다. 국보가 NFT로 제작되는 일은 처음이다. 2020년 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아 판매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간송미술관은 이번 훈민정음 NFT 판매 수익금을 미술관 운영 및 문화재 연구 기금 등에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은 “법률 근거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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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 이상아트 대표는...
2010년 프랑스 정부 산하 문화통신부에서 프랑스 문화재 감정과 문화재 서비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시기획사인 이상아트(주)의 대표이사이자 유럽 문화예술콘텐츠 연구소 소장으로 예술감독, 전시기획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등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