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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소시오패스 사회학

최은영 기자I 2020.04.28 05:00:00
[정재형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세상의 불평등, 불공정에 대한 약자들의 박탈감은 소시오패스 범죄영화의 흔한 소재로 나타난다. 나이트 샤말란(Night Shyamalan) 감독의 정신분열증 3부작은 정신병의 원인이 사회 속에 존재함을 잘 보여준다. ‘23 아이덴티티’(2016)와 속편 ‘글래스’(2019)는 남성 시각에서 소위 ‘방탕한’ 여자들을 골라 납치한 후 그들을 처벌하는 ‘야수’에 의한 살해 장면이 등장한다.

3부작의 시작은 ‘언브레이커블’(2000)이다. 초능력을 갖고 있는 선한 영웅 데이빗과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악의 조종자 일라이자의 탄생을 다룬다. 이어 2부인 ‘23 아이덴티티’에서 20개의 인격이 혼합된 케빈이라는 정신분열증자가 세상의 악을 처벌하는 초능력자 야수로 변하고 고통을 가하는 인물로 활약한다. 종결편인 ‘글래스’에서 일라이자는 케빈을 조종하여 세상에 야수의 존재와 그를 대적하는 구세주 영웅 데이빗을 알린다.

배트맨이나 슈퍼맨과 같은 만화영웅 신화에 근거한 이 영화는 영웅을 숨기려는 세상의 지배세력과 영웅을 통해 세상의 악이 존재하고 그 악을 근절해야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약자(일라이자)와의 대결을 그린다. 이를 통해 영웅을 허황된 것으로 인식하는 이념은 서민을 지배하려는 보이지 않는 세력의 음모임을 폭로한다.

여자를 처벌하는 소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싸이코’(1960)다. 고독한 청년 노먼 베이츠는 모텔을 운영하는데 그곳에 투숙한 사람 중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엄마는 이를 질투해 아들이 첫눈에 반한 ‘방탕한’ 여자를 살해한다. 여자가 아들을 유혹했다고 느낀 엄마는 여자의 행실이 나쁘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는 청교도적인 윤리의식을 피력한다. 모텔 투숙객 젊은 여자를 차례로 죽인 연쇄살인범 엄마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는 노먼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진 환상이다.

노먼의 자아는 두 개로 분리되어 있는데 평소 노먼의 자아와 죽은 엄마의 자아다. 노먼은 호감 갖는 여자를 볼 때 사랑을 느끼다가 엄마의 자아로 돌변하여 아들을 독차지하려는 엄마의 질투심으로 인해 여성을 죽이는 존재가 된다.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본능의 영역인 이드(Id)가 움직여 여자를 좋아하는데 자아인 에고(Ego)가 그 행동을 불결하다고 느끼고 죄의식을 형성하면서 도덕적 자아영역인 슈퍼에고(Superego)가 작동하여 순진한 아들을 유혹한 여성을 처벌하는 기제로 작동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상인들처럼 숨어 있어야할 무의식이 밖으로 드러나 활동하는 사람을 정신병자라고 부른다. 박사방 운영진과 회원들은 사회적 지위를 갖지 않은 성인여성 혹은 미성년 소녀에 대해 평등심 혹은 존경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남성 우월적 계급의식과 모성결핍의 무의식속에서 그들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식으로 여성을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일탈적 위안을 받아왔고 이익을 챙겨왔다.

겉으로는 정상적 회사원이고 직장인이었던 사람들이 이 카페에 들어오기만 하면 ‘야수’로 변했다. 그들은 영화 속 정신분열 주인공들처럼 순전히 자신들 기준으로 ‘방탕한’ 여자들은 처벌하는 야수처럼 무자비하게 행동했다. 이런 이중성은 정신분열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임을 영화는 증명해 준다. 물론 이들이 실제 병력을 소지한 정신병자라는 말은 아니다. 가정 내 부모역할에서부터 직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이들을 비유적 이중인격의 정신분열 상태로 몰아간 원인제공자라 해석한다. 사회에 속한 우리 모두가 이들을 방치해 온 결과라고 본다. 여성을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는 의식의 근원이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사회는 규명하고 좀 더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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