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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 칼럼] 국민연금 수익률만큼 할 수 있을까?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이민주 기자I 2017.03.06 06:00:00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국민연금의 작년 한해동안의 수익률이 4.75%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8일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의 공식 발표다. 정기예금금리가 1% 초반에 불과한 시기에 어떻게 이같은 성과가 가능했을까? 개인 투자자는 국민연금의 성공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까?

물론 4.75%라는 수익률이 결코 높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할 지 모른다. 그러나 수익률의 안정성 측면을 보면, ‘성공’이라는 표현 말고는 다른 수식어를 찾기 힘들다. 예를 들어 글로벌 증시가 붕괴되었던 2008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 0.16%을 기록했으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발생했던 2011년에도 + 2.31%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비밀은 자산 포트폴리오에 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그리고 해외대체투자에 각각 85조7,000억원(15.4%), 23조4,000억원(4.2%), 41조7,000억원(7.5%) 투자하고 있다. 전체 자산의 4분의 1 이상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셈이다.

금융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의 방향이 정반대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3월 3일 종합주가지수는 23.9포인트(1.14%) 하락하면서 2,100선이 무너졌지만,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에 비해 12.5원 상승한 1,157원을 기록했다. 학교에서 배운 경제이론 대로라면, 환율의 상승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개선시키기에 주식시장에 이로워야 한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그 이유는 바로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펀더멘털에 충실한 장기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매를 추적해보면, 그들이 기업실적 전망에 민감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한국 기업의 수출이 잘되며 기업실적 전망이 개선될 때에는 웬만한 충격이 있어도 순매수를 지속한다. 반대로 2008년처럼 이익 전망이 악화될 때에는 대규모 순매도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고 한국 수출이 잘 될 때에는 기업실적이 좋아지며, 외국인의 주식순매수가 이어지니 주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환율은 반대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영향으로 외환시장에 달러공급이 증가하니, 달러의 값은 싸지고 원화의 값은 상승한다. 즉 환율은 하락한다. 이 관계를 투자에 활용한 것이 바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이다. 전체 자산의 4분의 1 이상을 해외에 투자함으로써, 국민연금은 국내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누리며 반대로 한국 경제 여건이 좋아질 때에는 한국주식 가격의 상승으로 수익률이 개선된다.

개인 투자자가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을 벤치마킹하는 첫 번째 방법은 해외 투자할 때 환율의 변동에 대해 헷지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 자산의 급락 위험을 환율 상승으로 막아내며, 반대로 환율 하락의 위험은 국내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커버하는 게 투자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원칙은 선진국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한국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시기에 다른 신흥국인들 사정이 다를까?

대규모 경상적자를 기록하는 등 외환위기의 위험이 높은 나라는 한국보다 자산가격의 하락폭이 더 클 수도 있다. 따라서 해외 투자를 할 때에는 환헤지를 하지 않고, 선진국의 자산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선진국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해도 되고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해 해외펀드에 가입해도 된다. 이 모든 게 귀찮은 투자자들은 달러나 엔화 예금을 가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저금리 저수익 시대라고 하지만 관심을 기울이면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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