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미인: 아름다운 사람'' 전
천경자·이인성·피카소·샤갈 등
26명 국내외 작가 미인 주제 40여점
시대·사회별 미인의 기준 보여
내년 3월 20일까지
 | | 정명조‘더 패러독스 오브 뷰티 09-05’(사진=서울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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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미인’(美人)은 아름다운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대개 ‘사람’보다는 여성에 방점이 찍힌다. 얼굴과 몸매가 빼어난 여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찬탄과 관심의 대상이었다. 당대의 미의식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아름다움에 민감한 화가에게 미인을 그린다는 것은 평생의 숙제이자 목표였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용모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내기 위해 화가들은 숱하게 밤을 지새우곤 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내년 3월 20일까지 펼치는 ‘미인: 아름다운 사람’ 전은 제목 그대로 미인을 주제로 한 작품을 한곳에 모은 전시다. 권옥연, 김기창, 김덕용, 김명희, 김원숙, 김인승, 김호걸, 김흥수, 문학진, 박영선, 박항률, 손수광, 이봉상, 이숙자, 이원희, 이인성, 임직순, 정명조, 천경자 등 한국작가 19명과 르누아르, 피카소, 마리 로랑생, 샤갈, 조지 콘도, 줄리안 오피, 펑정제 등 외국작가 7명 등의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피카소와 샤갈, 르누아르 등 이른바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의 작품들이다. 피카소의 ‘도라 마르의 초상’은 피카소가 사랑했던 숱한 여인 중 가장 애착을 보인 도라 마르를 1939년에 그린 작품. 얼굴의 눈, 코, 입이 제각각인 입체파 특유의 화풍을 확인할 수 있다. 샤갈의 ‘부케’는 그의 영원한 연인이었던 벨라에 대한 애정을 화려한 부케 꽃다발에 빗댔다. 르누아르의 ‘기대 누운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는 풍성한 연둣빛 초원에 머리에 꽃을 꽂고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르누아르는 인상파와 결별한 1880년대 중반 이후 특히 여인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 | 오귀스트 르누아르 ‘기대 누운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사진=서울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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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 가운데는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 8점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전시를 앞두고 공교롭게 천 화백의 뒤늦은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치 작은 회고전 같은 분위기가 됐다. 한국 근현대 여성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가인 12억원을 기록한 ‘초원 II’를 비롯해 1977년에 발표한 ‘테레사 수녀’와 1989년 작 ‘청혼’ 등 작가의 주요 작품을 모았다. 천 화백의 여인들은 처연하면서도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미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천 화백의 수제자로 꼽히는 이숙자 화백이 청보리밭에 누드로 반쯤 누워있는 여인의 대담한 모습을 담은 ‘이브의 보리밭-파란 달개비’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이인성이 그린 ‘나부’는 1942년 일제강점기 시절의 작품임을 감안하면 사뭇 도발적인 표정과 포즈가 인상적이다. 전시작품 중 가장 큰 박항률의 ‘저, 너머에’는 미인이 소유한 몽환적이고 청초한 매력에 초점을 맞춘 작품. 정명조의 ‘더 패러독스 오브 뷰티’ 연작 2점은 마치 사진처럼 보이는 극사실화로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통해 미인의 조건을 되묻는다. ‘미’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단지 얼굴뿐만 아니라 뒷모습도 포함한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 | 천경자 ‘청혼’(사진=서울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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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은 ‘소녀의 방’ ‘한국 미인의 방’ ‘누드의 방’ ‘서로 다른 생각의 방’ 등 총 4개의 섹션으로 구분했다. 특히 ‘서로 다른 생각의 방’에서는 남성작가가 그린 작품을 청색 벽에, 여성작가가 그린 작품을 적색 벽에 걸어 묘한 대비를 이뤘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던 신중현의 노래 ‘미인’의 가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전시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전시실 내 상영관에서는 매달 다른 장르의 여성영화를 상영한다. 11월까지는 일본 미노리카와 오사무 감독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볼 수 있다. 오는 7일 오후 3시에는 박영택 경기대 교수가 ‘한국 근현대미술에서 보이는 여성의 미’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14일 오후 3시에는 이주헌 미술평론가도가 ‘서양미술에서 보이는 여성의 미’를 주제로 강연 한다. 성인 9000원, 대학생 7000원.
 | | 이숙자 ‘이브의 보리밭-파란 달개비’(사진=서울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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