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스웨덴·포르투갈·덴마크 등은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의 비중이 40% 이상이고, 룩셈부르크는 이 비중이 50%를 넘는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 지원을 강화하면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권장해왔지만 아직 유럽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OECD 회원국 중 남성이 유급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가장 긴 나라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2021년 기준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남성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52주로 프랑스 26주, 아이슬란드 20주에 비해 훨씬 길다.
전문가들은 남성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반도미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기업 300곳 가운데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한 기업은 15곳에 그쳤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도 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누구나 필요하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 비율이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94.1%인 데 비해 5~9인 기업에서는 55.4%에 불과했다.
남성의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을 보다 더 촉진할 필요가 있다. 두산그룹이 최근 도입한 ‘육아휴직 서포터스 지원금’ 제도가 눈길을 끈다. 팀원 중 한 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다른 팀원들에게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남녀를 떠나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하도록 정부도 지원에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