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유럽이 DMA·DSA법을 통해 겨냥하고 있는 것은 플랫폼 업체 전체가 아니라 미국 빅테크 업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DSA법에서 규제 대상이 된 ‘거대 온라인 플랫폼(VLOP)’ 17곳과 ‘거대 온라인 검색엔진(VLOSE)’ 2곳 등 총 19곳 중 18곳이 미국·중국 빅테크 업체고 딱 1곳, 잘란도(Zalando)만 유럽 업체다. DMA법에서 규모가 커 ‘게이트키퍼’로 규정된 곳도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메타, 알리바바, 부킹닷컴(네덜란드 기업이지만 홀딩스는 미국에 본사 소재) 등으로 미·중 빅테크 업체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유럽은 애플, 부킹닷컴, X(옛 트위터)에 대해 법 위반 혐의를 조사했다.
유럽이 이렇게 DMA·DSA법으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국 플랫폼이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웹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StatCounter) 등에 따르면 유럽 검색엔진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91%(2024년 8월)에 달하고 이커머스 시장에선 아마존이 35%(2023년)를 차지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선 왓츠앱, 위챗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 검색 엔진 시장에선 네이버의 점유율이 56%에 달하고 모바일 메신저에선 카카오톡이 92%, 이커머스에선 쿠팡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유럽식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유럽은 1970~80년대부터 미국 콘텐츠를 시작으로 플랫폼까지 잠식당하면서 미국 빅테크 업체에 대한 대응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왔는데 우리나라가 유럽식 규제를 적용하면 국내 플랫폼 업체만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의 독과점 여부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짜뉴스 유통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전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겸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5일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 컨퍼런스’에서 “딥페이크, 가짜뉴스 등의 문제가 있는데 플랫폼 규제를 불법 콘텐츠 유통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관점이 옮겨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이 음란 딥페이크에 대해선 적극 모니터링하고 삭제 조치 등을 해야 하지만 이를 플랫폼을 처벌하려는 관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