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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30일 자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이 특정 국가에 반도체 생산설비를 수출하려면 9월 1일부터 정부의 라이선스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네덜란드의 대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SML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겠다는 의미다.
리셔 스레이네마허르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 장관은 “국가안보 이익 보호 차원에서 군사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반도체 장비들에 대해 수출 규제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대항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회사나 단체의 손에 기술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결정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자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에 동참을 촉구해 왔다. 그 결과 미국·네덜란드·일본은 올해 1월 대중 반도체 기술 수출 규제에 합의했다. 이후 지난 3월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대중 수출을 금지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도 규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UV 노광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설비다.
일본도 지난 5월 EUV 노광 장비 관련 설비와 3D 낸드 플래시 생산에 사용되는 식각 장비 등 23개 품목을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하고, 이들 품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규제는 이달 23일부터 시행된다.
중국은 네덜란드의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은 최근 몇 년간 세계 패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안보 개념을 일반화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했다”며 “다른 국가들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 탄압 및 포위에 동참토록 강요하고, 시장 규칙, 국제 무역 및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며 “네덜란드에 양국 기업의 공동 이익을 수호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