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는 순우리말 ‘달’과 ‘누리다’의 ‘누리’가 더해진 이름이다. 지난 1~2월 실시한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하태현씨의 작품이다.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마음과 최초의 달 탐사가 성공하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순우리말에는 입말 특유의 구성진 분위기가 서려있다. ‘능갈치다’는 박완서의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에 등장하는 단어다. ‘교묘하게 잘 둘러대다’, ‘교묘하게 잘 둘러대는 재주가 있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홍명희 소설 ‘임꺽정’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곧 서로 너나들이를 하였다”는 문장은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가 됐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너나들이’는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터놓고 지내는 사이’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애체(안경), 곰배상(상다리 휘어지게 차린 상), 볕뉘(별의 그림자), 얄브스름하다(조금 연하고 얇은 듯하다) 등 조선후기를 배경으로 하는 장다혜 작가의 장편소설 ‘탄금’에도 생경한 순우리말과 방언이 빼곡하다.
어린이의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군림하고 있는 ‘뽀로로’도 순우리말에서 왔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알고 보면 더 아름다운 우리말 이야기’ 게시물에 따르면 뽀로로는 ‘자그마한 사람이나 짐승이 부리나케 달려가거나 쫓아가는 종종걸음 모양’을 묘사한 순우리말 의태어 ‘뽀르르’를 변형해 만든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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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찾게 되는, 낯설지만 보석 같은 우리말들이 수두룩하다. 언뜻 봐선 쉽게 와 닿지 않은 생경한 우리말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순우리말 공부’(그레출판사)의 저자 백문식 국어학자는 언어는 곧 정체성이라는 데서 의미를 찾는다.
백 국어학자는 책에서 “우리가 언어를 사용할 때 사람의 정신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말과 글”이라며 “언어는 시대에 따라서 세대가 바뀌면 변화하는 게 당연하지만 원칙과 법이 없다면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풍부하고 다양한 어휘가 사라지기도 한다. 순우리말이 언중 사이에서 사용빈도가 낮아지면 점점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를 테면 ‘너무’라는 말은 문법적으로만 보면 부정적 뜻을 담고 있지만 요즘에는 좋다·싫다는 의미로 모두 쓰이면서 ‘상당히’, ‘꽤’, ‘매우’, ‘아주’ 등 다양한 어휘가 쓰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는 이유다.
그는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을 때 더더욱 한글을 아끼고 가꿔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우리말을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만 시대의 변화에도 우리말을 지켜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