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이 ‘뉴 스페이스’(new space)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개발 주관을 맡는 차세대 중형 위성 2~5호부터 군용 위성에 이르기까지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산업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경남 사천 KAI 우주센터에서 만난 김대경 KAI 미래사업기획관리팀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정부 국책과제도 연구개발(R&D) 형태보다 산업화할 수 있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한다”며 “1994년 우주사업을 시작하며 쌓은 노하우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 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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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9월 경남 사천에 구축된 KAI 우주센터는 한곳에서 위성 설계뿐 아니라 제작·조립·시험까지 통합할 수 있는 ‘원사이트 원스톱’(One Site-One Stop)으로 국내 최초로 설립된 우주사업 맞춤형 거점이다. 대형급 위성 6기를 동시에 개발·생산할 수 있는 조립·시험동과 550명가량이 근무할 수 있는 연구동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우주센터에선 차세대 중형 위성 3~5호 개발과 한반도 지역을 감시하는 군 첫 정찰 위성을 2025년 구축하는 425사업 설계·제작, 정지궤도공공복합위성 구조체 설계·다목적실용위성 7A호 본체 핵심 구성품 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다.
우주센터 조립·시험동 높이는 아파트 6개 층 높이와 맞먹는 15m에 이른다. 이곳에서 각 위성 부품을 제작해 조립하면 위로 들어서 빼야 해 층고가 높아졌다. 위성 안에 들어가는 전력 분배·통신 장치 등 부품은 사람이 광학 현미경을 보며 직접 만든다. 똑같은 형태의 위성 제작은 많아야 2기 정도다 보니 각 부품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납땜한다.
우주센터에서 KAI가 개발을 주관한 첫 작품은 높이 3m, 무게 500㎏급 차세대 중형 위성 2호다. 차세대 중형 위성은 표준형 본체를 만들고 위성 목적에 따라 탑재체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지난해 3월 항우연과 KAI가 공동 개발해 발사한 차세대 중형 위성 1호와 동일한 크기·사양을 갖췄으며 KAI가 개발을 주관한다는 점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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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중형 위성 1·2호는 흑백 0.5m급, 컬러 2m급 높은 해상도로 지구를 관측하는 데 비해 3호는 우주 과학기술 검증용으로 개발된다. 오는 15일 누리호가 정상적으로 궤도에 안착해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을 때 발사체에 탑재될 위성이 제대로 작동할지를 검증하기 위한 위성이다. 4호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식생 관측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흑백 5m·관측폭 120㎞급 위성으로, 5호는 레이더를 탑재한 10m·관측폭 120㎞급 위성으로 수자원 관리를 목적으로 개발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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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는 위성 제작뿐만 아니라 위성을 활용한 위성 영상 판매 서비스 사업에도 뛰어든다. 지난해 9월 3차원(3D) 영상 변환 특화 기술을 보유한 메이사(Meissa)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4월 합작법인 메이사 플래닛을 설립한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11월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업 코난테크놀로지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위성 서비스 산업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2040년 세계 우주 시장이 1200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이 가운데 위성 서비스 분야가 900조원가량을 차지하리란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KAI는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항만 물동량·생태계·기후변화 분석이나 산불 조기 경보 등의 서비스를 플랫폼 형태의 구독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KAI는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 미래형 훈련 체계도 개발했다. 돔 형태로 마련된 공간 내부엔 조종석이 있고 운전자의 시야가 현실과 동일한 그래픽으로 구현돼있어 국산 전투기 KF-21을 실제 조종하는 느낌을 받는다. 가상현실(VR) 고글로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정비하는 시뮬레이터도 개발됐다.
이를 바탕으로 KAI는 10년 후 아시아를 선도하는 제1 항공우주 기업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2030년 목표 매출액은 위성·발사체 6000억원, 소프트웨어·시뮬레이터 50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