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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이데일리] 대한상의 바꿀 만능 재주꾼 ‘박용만 두산 회장’

김정민 기자I 2013.08.06 07:30:00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그룹 오너는 폐쇄적이다. 언론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드물게 예외는 있다. 이들은 얼리어답터(새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구입해 사용하는 사람)를 자부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사진)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2009년 3월 트위터를 시작해 지금까지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기업인 트위터리안으로 꼽힌다. 재기발랄하면서도 소탈한
박 회장의 트위터는 인기가 높다. 팔로워가 16만명이나 된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팔로워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공유한다.

두산그룹 3차 광고 캠페인인 ‘두산이 젊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카페편에 등장하는 ‘누가 당신에게 부족한 점이 많다고 말하던가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좋아질 점도 많다는 것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박 회장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박 회장은 2012년 한국광고PR실학회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카피라이터상’을 받았다.

박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를 수락했다. 두산가는 대한상의 회장직와 인연이 깊다. 박 회장의 선친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은 1967년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해 1973년 타계할 때까지 7년간 대한상의 회장(6~8대)을 지냈다. 박 초대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재임하는 동안 상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성장했다. 박 초대 회장이 키운 전문 경영인인 정수창 두산그룹 회장은 10~12대 회장을 지냈다. 정 회장은 박 초대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을 당시 동양맥주 사장직을 넘겨받은 인연이 있다.

17, 18대 상의 회장을 지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재계와 정치권에 직언을 아끼지 않아 ‘미스터 쓴소리’로 불렸다.

‘그룹을 개인 회사처럼 생각해 능력 없는 자식에게 회사를 넘겨주려는 경향이 큰 문제’, ‘우리나라 재벌제도가 다른 나라에 없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뜯어고쳐야 한다’, ‘한국 정치는 소모적인 정쟁과 ’떼법‘이 일반화된 3류 수준’ 등 독설 수준의 직설화법에 재계와 정치권은 혀를 내둘렀다.

대한상의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눈코 뜰 새가 없다. 정부 공식 자문기구인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과 한중민간경제협의회 회장, 지속가능경영원 이사장 등 상의 회장을 맡는 순간 자동적으로 맡게 되는 자리가 50여개나 된다.

CJ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물러난 손경식 전 회장은 “상의 회장이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업무 내용이 광범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외국과의 업무도 늘고, 국회에서 기업 관련 입법 활동도 벌여야 하는데다 노동문제도 등한시 할 수 없어 바쁜 자리가 됐다”고 했다. CJ 경영과 상의 회장을 겸임하기가 쉽지 않아 물러났다는 얘기다.

재계 12위 두산그룹의 경영을 맡고 있는 박 회장에게도 상의 회장 겸임은 부담스럽다. 올해 58세로 전임 회장들에 비해 젊고, 체력도 40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하루가 24시간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한상의와 재계가 박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박 회장이 상의 회원사보다 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소통의 달인이자, 1990년대 중반 강력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주력사업을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환골탈태’시킨 혜안과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어서다.

‘두산(斗山)’의 사명은 ‘한 말(斗), 한말 차근차근 쌓아 올려 산(山)같이 커져라’는 의미다. 박승직 두산 창업주가 지었다. 두산이 배출한 4번째 상의 회장이 대한상의와 한국경제의 미래를 한말 한말 차근차근 쌓아 올려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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