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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위 자동차 회사인 일본 혼다와 8위 닛산은 작년 12월 합병을 위한 상장 지주사를 오는 2026년 8월 새로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신설 지주사를 설립, 산하로 들어가기 위해 세부 협상을 올해 6월 최종 마무리하기로 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현대차·기아를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그룹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닛케이비지니스가 스텔란티스의 합병 사례에 주목한 건 애초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푸조와 시트로엥을 소유한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엥(PSA)과 피아트, 크라이슬러를 소유한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14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다국적 기업으로 출발했다.
스텔란티스의 연간 판매량은 출범 초기 단순 합산 기준 800만대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2023년에는 639만대로 출범 초기에 견줘 20% 이상 급감했다.
스텔란티스는 당초 지난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회복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스텔란티스의 올 3분기 매출은 330억 유로(약 48조 75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7%나 급감했다.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주력인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이에 시장에선 스텔란티스가 연간 영업이익률을 5.5~7%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 부진의 후폭풍도 거세다. 주가는 지난 1년간 40% 급락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수익성 낮은 브랜드 매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2026년 초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취임 4년 만에 옷을 벗었다. 스텔란티스는 작년 11월 미국 오하오주 조립공장과 디트로이트 부품 공장에서 인력을 감축하고, 영국에서도 가솔린과 경유차를 생산하는 루턴 공장을 폐쇄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경영진 간의 불협화음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계기는 타바레스 전 CEO의 임기 중 사임이다. 회사 측은 CEO 사임 승인과 후임자 선임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해 올 상반기 중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앙리 드 카스트리 사외이사가 “스텔란티스가 창립 이래 거둔 성공은 주주, 이사회, CEO의 완전한 협력에 기반했지만, 최근 몇 주 동안 이견이 나타나고 있어 이사회와 타바레스 회장 모두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발언을 하면서 CEO 경질론에 힘이 실린다. 직원 구조조정과 산하 브랜드 매각 검토 등 타바레스 전 CEO의 급격한 비용절감 노선에 이사회가 반발했다는 것이다.
닛케이비지니스는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란 쉽지 않다”며 “생각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는 스텔란티스의 고뇌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혼다와 닛산자동차는 일단 이달 중순까지 경영통합의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닛산이 구체적인 회생 계획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혼다가 통합 협의 진행의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닛산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계획에서 전체 직원의 7%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하고, 세계 생산능력도 20% 감축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닛산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쓰비시 자동차의 합류 여부에 대한 판단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쓰비시자동차는 양사 협의 상황을 보고 1월 말까지 지주사 체제에 참여할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지만, 혼다와 닛산의 경영통합 방향이 이달 중순으로 미뤄지면서 미쓰비시도 현재로서는 참여 방식을 판단할 수 없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