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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왜 이래?” 요즘 주변에서 많이 듣는 질문이다. 유인촌(72) 장관 취임 후 문체부 내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긍정의 반응이 많다. 관리감독·감사부처로 전락했다는 이전의 수동적 태도 평가에서, 변화의 징조가 보이고 있다는 게 관련 종사자 안팎의 얘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장과의 소통이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달 16일 취임식에서 변화를 예고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사태 이후 줄곧 침체됐던 부처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 않았던 터였다. 이날 유 장관은 취임식 단상에서 성큼성큼 내려와 직원들과 시선을 맞추며 “역할이 막중하다. 문화산업이 확 커진 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며 문체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걱정하지 말고 사고 쳐라. 책임은 장관이 지겠다”는 호탕한 말로 조직의 유연함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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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정부에서 문체부 장관(2008~2011년)을 지낸 유 장관은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10월7일) 뒤 문체부 국정감사(10월10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맹탕 혹은 파행 국감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유 장관은 문화·예술계 현안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답변을 내놨다. ‘경력직’ 장관다운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국감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부처 관계자들은 “일부 발언에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막힘이 없다.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잇단 현장 행보는 칭찬할 만하다. 취임 후 약 2개월 간 소화한 공식 일정만 50여 건. 이중 업계 현장 행보만 절반에 가까운 20여 건에 달한다. 최근 관광업계와의 간담회에선 국내관광 활성화를 꺼내면서 문체부 선정 ‘로컬 100’(지역문화매력 100선) 지역을 직접 둘러보겠다고 약속했다. 유 장관의 부산 지스타 방문(11월15일)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관람(11월19일)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의 게임업계 관심 표현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그럼에도 문화계 일각에선 MB정부 시절 유 장관의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최근 임기 만료된 국립극단장 후임으로 누구를 인선하느냐를 업계는 유 장관 의중의 첫 가늠자로 보고 있다.
바둑에서 복기는 기본이다. 앞선 대국에서 패착 반복을 피하기 위한 필연적 수순이자, 미래를 위한 설계인 것이다. 유 장관 역시 두 번째 장관직을 맡았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복기는 충분해 보인다. “마지막 소임”이라던 12년 만에 복귀 일성처럼 지금의 이 행보를 변치 않고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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