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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효과 부풀리기를 피하기 위해 언팩에 이어 열리는 100여 건의 크고 작은 행사는 반영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삼성전자조차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제적 효과를 측정한 이유는 이 행사가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 측면에서 갖는 남다른 의미 때문이다.
◇하루짜리 ‘갤럭시 언팩’ 경제효과 최소 130억원
2009년 이후 줄곧 해외에서만 열리던 언팩은 이번에 처음 서울에서 열렸다. 마케팅 효과와 실적 등을 이유로 해외에서 열리던 국내 기업의 비즈니스 이벤트가 국내로 유턴했다는 점에서 마이스 리쇼어링(reshoring·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마이스 업계가 흔히 쓰는 표현 중에 ‘K마이스(MICE)는 아이스(ICE)’라는 말이 있다. 민간 영역이라는 이유로 제도권에서 밀려나 그들만의 리그로 남은 기업회의(Meeting) 시장의 비정상적인 현실을 꼬집은 말이다.
업계는 이번 언팩이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마이스 시장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썰물처럼 나라 밖으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 행사뿐 아니라, 보다 공격적으로 해외 기업의 글로벌 행사를 유치할 타이밍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언팩을 비롯해 디올, 루이비통, 구찌 등 해외 명품 브랜드 패션쇼가 잇달아 한국에서 열린 지금이 기업회의, 비즈니스 이벤트 시장을 키울 적기라는 것이다.
◇천편일률 기업회의 지원 프로그램 손봐야
언팩과 같은 제2, 제3의 리쇼어링 행사를 늘리기 위해선 선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이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이 기업행사의 목적과 특성에 맞춘 활성화 정책이다. 지금과 같이 참가 인원, 행사기간 등에 따라 예산을 지원하는 천편일률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곤란하다. 기업행사 목적은 마케팅 효과와 실적 극대화다. 효과와 성과만 보장된다면 하루 단 몇 시간짜리 행사에도 수억 원, 수십억 원을 망설이지 않고 투자하는 게 기업이다.
국내 복귀 조건의 세제지원, 공공시설 개방 등과 같은 리쇼어링 프로그램 도입도 고민해 볼 문제다. 살림 넉넉한 대기업에 얹어주기라는 따가운 시선이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언팩처럼 단 하루짜리 행사가 최대 2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경제효과로 내수 활성화에 기여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돈 한 푼이 아쉬운 중소기업조차 안 받는 게 속 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지원금 신청과 정산 절차 역시 개선해야 한다. 기업들이 정보 공개를 꺼리는 탓에 매년 추정치만 반영하는 마이스 산업 통계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시장 규모도 파악하지 않은 채 마련한 정책·제도는 실효성은 고사하고 예산만 낭비하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때마침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K-마이스 육성 전략을 담은 제5차 국제회의산업 육성 계획을 준비 중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 기업회의, 비즈니스 이벤트 시장을 키우기 위해 힘차게 노 저어야 할 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