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간 10일 전남 무안에 있는 1200㎡짜리 양파밭 한구석에서는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은 호남지방통계청 목포사무소 직원들이 양파가 심어져 있는 이랑에서 줄자를 늘어놓고 길이를 재는 데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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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같은 농작물의 생산량 통계는 가격 변화에 따른 정부의 대응에 대한 정책적 근거가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양파 물가도 올해 1월에 전년동월대비 33% 오르고 3월 60.0%까지 뛰었다가 지난달에도 51.7% 상승했다.
올해도 작황이 눈에 띄게 좋지 않은 이상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3 마늘·양파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양파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2.3%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날 한훈 통계청장이 직접 전남 무안 해제면 양파 농가를 방문해 생산량 표본조사를 직접 체험해 보겠다고 나섰다. 한 청장은 지난해에도 고랭지감자 생산량 표본조사, 쌀 예상량 표본조사를 위해 감자밭, 볏논에 방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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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나온 목포사무소 조사직원들은 먼저 양파밭의 전체 이랑 수를 센 뒤 본청에서 무작위로 지정해 부여한 표본구역비율을 곱해 기준이 되는 이랑을 파악했다. 이후 산식에 따라 A표본구역의 가로, 세로 길이를 구한 뒤 3㎡면적의 첫 번째 A표본구역을 지정해 정상적인 양파의 포기수를 세기 시작했다.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표본구역비율을 듣자마자 미리 계산이라도 한 듯 가로와 세로길이를 외쳤다. 기자 역시 기준지점 선정을 위해 조사표에 숫자를 적으며 계산을 시도했지만 이내 포기한 뒤 정해진 구역에 가 양파를 채취할 준비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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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취하는 양파도 본청에서 미리 부여한 ‘난수(정해진 범위 내에서 규칙 없이 만들어진 수)’를 적용한다. 이날 A구역에서 처음으로 채취할 양파의 난수는 2.5였는데, 소수점 첫째 자리는 버리고 ‘2번’ 양파부터 뽑기 시작했다. 첫번째 양파부터 그날 구한 추출간격(이날은 4.4)을 더한 뒤 소수점 첫째 자리를 ‘버림’해 두번째 양파 다음에는 여섯 번째, 그 다음에는 열한 번째 순으로 양파를 뽑았다.
이렇게 A·B 두 구역에서 각각 20개씩 양파를 채취한 뒤에는 표본구역별로 20개 양파의 무게를 잰다. 한 구역의 정상 양파 개수에 채취한 양파 20개의 생중량을 곱한 뒤 20으로 나누면 3㎡당 생중량이 나온다. 여기에서 3을 나눈 뒤 시도별 적용되는 건조율을 곱하면 비로소 10아르(a·1a는 100㎡)당 생산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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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통계청 조사담당 공무원과 통계조사관 약 700명이 4~12월까지 이같은 작물별 생산량조사를 위해 약 1만여개의 필지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한다. 통계청은 조사 과정에서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 지리정보체계(GSI) 기반 조사용 앱을 개발하고 현장에서 직원들이 전자조사를 통해 효율적으로 표본구역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7월까지 전자조사시스템 모듈을 구축하고 10월부터 논벼 생산량 시범운영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