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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중심경영을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2기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임기 반바퀴를 돌았다. 이데일리는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난 19일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만나 삼성의 ESG경영에 대한 세간의 오해와 지향을 놓고 장시간 인터뷰했다.
삼성의 ESG경영에 대한 의지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확고하다는 것이 그의 한 줄 평이다. 이 위원장은 과거 삼성의 승계과정을 공개 비판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건전한 경영이 이뤄지고 있어 “깜짝 놀랐다”는 날 것의 표현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ESG에 대한 개념정립이 모호한 만큼 이를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위원회의 역할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4세 경영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종식을 이끌어 낸 1기 준법감시위에 이어 2기의 과제에 대해 그는 ‘ESG 경영 내재화’를 꼽았다. 준법감시위가 ESG 준법감시를 중점 과제로 표방한 이유 역시 이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삼성이 표방해온 정도경영과 준법경영, ESG경영은 같은 맥락으로 포장지를 다르게 한 것 뿐”이라며 “모두 경영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도록 감시·지원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서도 “법조인으로 살아왔지만 경영이 법과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2인 3각 경기처럼 호흡을 맞춰 같이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반부패 경영 쟁점의 한 가운데 있었던 삼성이 준법감시위라는 독특한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국내 여타 재벌기업들에게도 전파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 외부 감시기구를 통해 ‘수평적 지배구조’를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풀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위원장은 오는 5월 1~5일간 제주 파르나스호텔에서 한국ESG학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관하는 ‘제2회 세계ESG 포럼’ 첫날 삼성의 ESG경영에 대한 주제발표에 나서 객관적 입장에서 삼성그룹의 사례를 소개할 계획이다. 이번 포럼에는 학계·법조계·산업계·교육계 등 국내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한국의 그레타 툰베리를 꿈꾸는 청소년들까지 총 1000여명이 운집해 ESG와 관련한 전 분야의 이슈를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준법감시위가 이사회의 ESG위원회와 다른 점은
-원래 이사회가 준법감시를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구이지만, 우리나라의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를 감안 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이 있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 뿐만 아니라 기업집단으로서 최고경영진의 준법 준수를 감시할 기구가 필요하다. 모든 관계사의 이사회가 완전하게 기능한다면 준법감시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기소멸을 향해 가는 조직이어야 한다. 우리의 역할이 축소돼야 건전하고 바람직하다. 국내 선두기업으로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운영·유지하는 것은 다른 기업에 보내는 메시지가 상당하다. 삼성이 시범적으로 외부의 감시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기업 내에서 상당한 자리를 잡고 있다. 중요 현안이 위원회에서 논의되고, 보고되는지 여부가 기업경영에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이 이 모델을 잘 정착시켜 성공한다면 국내 기업 문화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세 경영승계 포기라는 상당한 진전을 보인 1기에 이어 2기는 어떤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할 계획인가
-지배구조라고하면 대부분 수직적 지배구조만 생각한다. 그런데 수평적 지배구조 정착 또한 중요하다. 최고경영자-이사회-준법감시위간의 견제는 물론, 사외이사간의 견제, 이사들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등 수평적 지배구조를 제대로 만든 기업이 준법위반 리스크를 줄이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하다. 2기는 수직적 지배구조에 대한 실현가능한 해법 제시와 더불어 수평적 지배구조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과연 우리나라 재벌 기업 가운데 세습경영을 포기할 기업이 몇 군데나 될까. 삼성은 그걸 했다. 사익의 포기는 공익을 더 넓게 보게 만드는 첫 단추다. 기업경영을 사익이 아닌 회사와 국가를 위하겠단 것이다. 2기 준감위를 출범시키며 지속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이런 최고경영자의 지배구조 개선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삼성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선언이 다소 늦었다. 컨트럴 타워의 부재가 한 원인이란 지적에 대해
-저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컨트롤 타워가 있었더라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말 발표한 삼성의 친환경경영 선언은 준감위와 충분히 의견 교환을 거쳐 신중하게 발표된 것이다. 외부에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책임자와 소통하면서 느낀 것이 삼성은 매우 ‘신중하다’라는 것이다. 탄소 중립 선언 시기가 좀 늦었지만, 발표 시기는 중요한 게 아니다. 신중한 검토를 거쳐 상생할 수 있는 판단이 이뤄졌을 때 선언한 것이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컨트럴 타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원회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고, 현재 하나의 의견이 정리되는 단계는 아니다. 위원회가 이를 무리하게 권고하려고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최고경영자들의 ESG경영에 대한 의지는 어떤가
-사람의 의지는 만나봐야 가장 잘 알 수 있다. 위원회 활동을 통해 회장은 물론 관계사 대표이사, 3개 TF장, 이사회 간담회, 평택공장 방문 등 접촉을 많이 하려했다. 그 과정에서 일반적인 준법문화 정착뿐 아니라 ESG 경영에 대해서도 경영진들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이 생각보다 건전하다. 삼성을 중심으로 봐서 그런진 몰라도 저도 막상 보니 깜짝 놀란 부분이 많았다. 삼성 안에는 “삼성이 말하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한다. 성장을 위해 ESG를 후순위로 미룬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하면 (재무적) 성장만이 아닌 ESG의 실현을 통해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에 대해서는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정착되어 있다. 그런 내적 실현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준법 위반이 있을 땐 우리도 감시를 하고, 기업도 우리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구한다. 확실히 말하고 싶은 것은 국내 기업에서 삼성만큼 철저하게 준법 전수 여부를 점검하고 실현하려는 기업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고 있단 점이다.
△가장 잘한 것과 아쉬운 점을 각각 꼽는다면
-개인적인 견해다. 무노조 경영 폐기가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을 이끄는 주체가 누구냐에 대해 관점이 다를 수 있지만, 외발보다 두 바퀴로 움직이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다. 경영진, 직원 나아가 국가와 국민까지 네 바퀴가 잘 굴러간다면 더 금상첨화다. 지금 노사협의회와 노조가 구성돼 있지만, 근로자 권리 보장은 노사 모두가 인정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한다. 더 큰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많은 부분에서 2%씩 약간의 아쉬운 점이 남는 것이다. 한번에 다 고치고 싶지만 내부에선 벅찰 수 있다. 그걸 없애는 과정이 우리의 역할이고. 문화를 바꿔보는 거다. 준법감시위와 삼성이 대립조직이 아니라 상생조직으로써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장은
△1965년 충남 천안 출생 △용문고, 연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제30기 △영상물등급위원회 감사 △스폰서검사사건특검 특별수사관 △경찰개혁위원회 위원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한국기자협회 자문위원장(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현) △서울고등법원 조정위원(현) △한국ESG학회 고문(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