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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4兆, 청라 8000억…인천경제구역, 외국인투자 불균형 `극심`

이종일 기자I 2019.01.27 09:30:51

인천경제청, 송도 중심 외국인 투자 유치
송도 ''급성장''…청라·영종 ''발전 소외''
청라주민, 김진용 경제청장 사퇴 요구
청와대 시위 등 집단행동 나설 계획

인천 청라주민들이 2018년 11월4일 서구 청라동 커넬웨이 앞에서 G시티 정상 추진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투자 유치가 지역간에 심각한 불균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송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4조원을 넘어선 반면 청라는 8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청라·영종 주민들은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이 송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청라·영종을 소외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송도 중심의 외투 유치, 신도시 불균형 심각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가 송도 위주로 이뤄져 신도시간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27일 인천경제청, 청라주민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개청 시점인 2003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8년 동안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과 함께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 등 신도시 3곳)에 대한 외국인 투자 유치활동을 벌여 전체 57억달러(한화 6조4000여억원·도착액 기준)의 투자를 받았다.

이 가운데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면적 53㎢)의 외국인 투자금은 39억달러(4조4000여억원)를 기록했고 중구 영종국제도시(51㎢)는 11억달러(1조2000여억원)였다. 서구 청라국제도시(17㎢)는 7억달러(8000여억원)로 가장 낮았다. 청라의 외국인 투자금은 송도와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인천경제청이 송도 위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면서 신도시간 발전 격차가 벌어졌다. 정부는 송도·청라·영종을 외국인 투자 기반의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육성하려고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송도로 산업이 집중돼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송도에 국제업무지구, 지식정보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외국대학과 기업 등을 대거 유치했다. 송도에는 뉴욕주립대 등 5개 외국대학이 있고 외국인이 투자한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코스트코 등 대형 쇼핑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생고뱅코리아, 미쓰비시엘리베이터, 올림푸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송도에 터를 잡았다. 이곳에는 대학, 연구소, 기업 등 외국인 투자 법인 66곳이 있다.

여기에 인천시가 투자한 트리플 스트리트 쇼핑몰과 국내 대학, 민간업체, 호텔 등이 들어서며 송도국제도시는 급성장했다.

영종은 복합리조트와 항공산업이 들어서면서 관광·항공산업 단지로 부각되고 있지만 송도에 비해 발전 속도가 더디다.

일본의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등 5개 업체가 영종지역 5곳에서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보잉트레이닝서비스코리아 등 항공·물류 관련 외국기업이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미단시티에도 복합리조트 사업이 추진되지만 외국인 투자가 원활하지 않아 주변 부지 수십만㎡가 방치됐다. 영종 투자유보지 269만㎡는 구체적인 개발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영종에는 외국인 투자 기업 13곳이 있다.

청라는 국제금융단지, 화훼, 위락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던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청라 국제금융단지 조성 계획은 하나금융타운 유치에 머물렀고 해외 금융기업의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청라로봇랜드는 76만㎡의 부지가 확보됐지만 건물 2개 동(대지면적 3만여㎡)밖에 건립되지 않았다. 나머지 70만여㎡는 방치돼 있는 셈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입주해 있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 G타워.


청라 국제업무단지(27만여㎡)는 1차례 개발사업이 실패한 뒤 지난해 4월부터 G시티 사업이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잡지 못했다. 주변 투자유보지 80만㎡도 마찬가지다. 청라의 외국인 투자 기업은 6곳밖에 없다. 송도의 9% 수준이다.

◇청라·영종주민 반발, 경제청은 LH 탓만

송도의 빠른 성장에 비해 발전이 더딘 청라·영종지역 주민들은 인천시, 인천경제청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청라주민들로 구성된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청라총연)는 지난해 10월부터 G시티 사업 정상 추진 등을 요구하면서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청라총연은 김진용 청장 취임 후 인천경제청의 북인천복합단지 매입·개발 실패, 청라지역 외국인 투자 유치 미비, 시티타워 건축 인허가 부실, G시티 사업 지연 등이 이어졌다며 김 청장의 능력 부족을 비판했다.

또 경제자유구역인 청라를 책임질 역량이 안된다며 인천시에 김 청장의 사퇴를 청원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이달 18일 청원 답변을 통해 김 청장 사퇴 거부의 뜻을 보이자 청라총연은 김 청장 사퇴 재청원, 청와대 앞 집회, 시청 앞 촛불집회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회원들이 2018년 10월31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G시티 정상 추진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제공)


영종주민들은 외국인 투자 미비, 종합병원 부재, 공항철도 환승할인 미적용, 영종대교 상부도로 통행료 부담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인천시에 개선 대책을 청원했다. 영종은 도로 등 기반시설과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해 주민 불편이 크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청라·영종의 토지를 인천시가 소유한 것이 아니어서 송도보다 발전이 더디다고 주장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 총괄사업 시행자인 인천시 스스로 책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청라·영종의 외국인 투자가 송도보다 저조한 원인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소유를 지목한 반면 LH는 이를 반박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청라 국제업무단지와 영종 투자유보지는 대부분 LH 소유”라며 “LH가 토지 매매계약의 주체이기 때문에 경제청이 청라·영종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면 토지를 싸게 팔아야 하는데 인천경제청이 LH 땅 가격을 임의대로 조정할 수 없다”며 “반면 송도는 대부분 인천경제청 땅이어서 상대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를 원활히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LH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영종 토지는 LH가 조성 원가보다 싸게 내놓고 있다”며 “LH가 땅을 소유하고 있어서 인천경제청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고 근거도 없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 총괄사업 시행자인데 토지 소유 관계를 떠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천시·경제청의 외국인 투자 홍보활동 등이 부족한 상황에 투자 유치 책임을 LH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청라·영종 투자 활성화 등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난 15일 LH청라영종사업본부와 업무협약을 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유치 계획이 논의되지 않아 보여주기식 행사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라총연 관계자는 “G시티 사업이나 시티타워 관련해 인천경제청은 LH와 협력한다는 말만 할 뿐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라주민을 무시하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에 맞서 퇴진 요구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인천경제청과 업무협약을 했지만 청라·영종 발전을 위해 어떻게 할지 논의한 것이 없다”며 “청라·영종 발전을 위해 인천시와 경제청의 전향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영종은 LH 땅과 인천공항공사 땅이 많다. 항공물류단지 등 투자 사업이 계속 이뤄지기 때문에 차차 개선될 것”이라며 “청라는 송도보다 땅이 작아 투자가 미미한 부분이 있지만 LH와 협의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서구3)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위원장은 “송도에 비해 청라·영종은 외국인 투자 부분에서 부족하다”며 “G시티 사업 등이 정상 추진돼야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의회 차원에서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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