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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과도한 공급품 유통 마진(통행세) △가맹점에 대한 광고·마케팅비 부담 △오너 리스크로 인한 가맹점 피해 등 크게 세 가지다. 그동안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어느 정부 부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가맹점은 ‘가맹본부의 갑질’이라며, 가맹본부는 ‘문제될 것 없다’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상생 파트너가 돼야 할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다.
◇기형적 프랜차이즈 구조 낳은 ‘통행세’
‘통행세’는 로열티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한국 프랜차이즈의 특징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일정한 품질의 공급품을 납품하고, 가맹점은 가맹본부에 대금을 지불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매출의 약 80%를 공급품 유통 마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불필요한 유통 과정으로 통행세를 추가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가맹점은 지적한다. 납품에 필요한 물류와 관리비용을 고려해도 지나치다는 것.
지난달 검찰에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는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이 대표적인 예다. 정우현 전 회장은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 가맹점에 치즈를 납품하는 과정에 유령회사나 다름없는 친인척 명의의 업체를 끼워 넣어 5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스터피자뿐만이 아니다. 피자 브랜드 ‘피자에땅’을 운영하는 에땅은 가족 소유 법인을 통해 공급품을 비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고,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석원 피자에땅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시중에서 1㎏ 5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치즈를 본사에서는 9만원에 판매했고, 시중가 4만원 새우 제품은 7만원에 납품했다”면서 “비싼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일부 제품의 경우에는 원재료 비중이 50%를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맹본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는 언제 어디서나 일정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맹본부가 직접 원재료를 공급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공급 가격과 관련해서도 물류 비용 등을 반영했을 뿐 지나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본사들이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질적인 혁신 없이 유통 마진 등에 기댄 구시대적 수익구조를 유지한 것이 문제”라며 “로열티 제도를 도입해 스스로 수익모델을 바꾸는 과감함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내역…판촉비 전가 관행도 문제
불투명한 광고·마케팅비 결산 또한 문제다. 공정위는 지난해 판촉비 내역을 통보하고 가맹점주가 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무용지물이다.
피자에땅 가맹점주는 지난해 본사에 판촉비 내역 공개를 요청해 지난 7년 치 광고비 내역을 받았지만, 황당한 경험을 해야했다. 판촉비라는 내역과 금액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조차 적혀있지 않았다. 공정위에 항의했지만, 규정대로 제출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 측에서는 공정위가 정보공개서 작성 요건을 강화하고, 가맹본부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벌금이나 가맹점 출점 제한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맹점에 판촉비를 전가하는 가맹본부의 관행도 논란거리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올 상반기 가맹점의 임차료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들면서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 결론적으로 가격 인상은 무산됐지만, 가격 인상분에 대한 BBQ 가맹본부의 처분을 두고 비난이 적지 않다.
BBQ 가맹본부는 치킨 가격을 1000원 인상하면서 전국 가맹점에 광고비 분담 비용으로 판매 마리당 500원씩 거둬들이겠다고 통보했다. 당초 가격 인상 취지에서 벗어나는 태도다.
공정위는 판촉비의 최소 50%에서 75%를 본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권고사항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다. 결국 비싼 공급품 가격에 판촉비까지 가맹점에게는 이중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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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에 애꿏은 가맹점만 피해
치킨 프랜차이즈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발칵 뒤집혔다. 오너인 최호식 전 회장이 자사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 전 회장의 성추행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시민사회에서는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이는 가맹점에 직격탄이 됐다.국내 4개 카드사에서 입수한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일별 카드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관련 보도가 나간 직후인 5일 이후 가맹점 매출은 30%에서 최대 40%까지 감소했다.
미스터피자는 역시 지난해 4월 정우현 회장이 50대 건물 경비원을 폭행하는 갑질 행위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는 당시 벌어진 소비자 불매 운동 때문에 매장 매출액이 급감하고 60여개의 가맹점이 폐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오너리스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 15인은 가맹본부 경영진의 위법한 행위로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됐을 때 가맹점 피해 보상 의무를 담은 이른바 ‘호식이 배상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식이방지법 실효성을 위해서는 명확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들의 위법행위 외 일반적인 경영사항에 대해서도 가맹점주가 일일히 간섭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