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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10년 이상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다 2004년 이태원동으로 넘어왔다. 2003년 이 일대가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직후였다. 당시만 해도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할 지역으로 기대감이 컸다.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땅인데다, 서울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용산공원 등 각종 호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온 부동산 시장 침체로, 뉴타운 열기는 사그라들었고 기다림의 시간은 10년을 맞았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또 한번 타격을 입었다.
특히 올해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오랜 침체 끝에 부동산 시장에 활력이 도나 했더니 기재부의 임대소득 과세 정책 발표로 시장이 확 가라앉아버렸다. 그는 “정부가 어떻게 이렇게도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침체된 시장의 흐름이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당장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면 2~3년 후에는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시장침체기에는 정부가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30년간 공인중개사업을 하면서 체득한 시장 원리다. 그는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를 푼다고 아무나 시장에 달려들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이 갖는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한국은 부동산에 의지하는 국가”라며 “부동산이 멈추면 이삿짐센터, 인테리어, 변호사·세무사업계 등도 다 멈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자자가 죄의식을 갖도록 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정상적인 투자를 독려하고 정상적인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 국가 발전이나 서민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