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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위한 '대안 상속제도' 도입이 필요하다[상속의 신]

성주원 기자I 2025.03.30 09:17:20

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58)
혈연중심 상속법의 한계…대안 제도 필요
獨·佛 상속계약 제도…비혈연 상속의 지혜
돌봄 이웃·친구에 감사 유산 남길 수 있게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저는 자식도, 부모도 없습니다. 10년 동안 아픈 저를 돌봐준 건 옆집 사는 후배입니다. 제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이 집을 고마운 그 친구에게 남기고 싶습니다.”

최근 상속 상담을 해온 70대 노인의 말이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고, 병원과 일상생활의 모든 실질적 돌봄은 이웃사촌들이 도와주었다.

하지만 유언장이 없다면, 그의 전 재산은 왕래조차 없는 형제자매나 조카에게 상속된다. 그를 도운 오랜 돌봄의 주인공들은 상속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2022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를 넘고, 700만 가구가 넘는다. 그들이 1인 가구로 살아온 이유는 다양하다. 비혼, 만혼, 독신 고령자, 가족 해체,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인해 결국 혼자 남겨지고 혼자 죽는 삶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상속법은 여전히 ‘자녀 → 배우자 → 부모 → 형제자매’라는 혈연 중심의 계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혈연관계가 단절되거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관계가 소원한 경우에는 자신의 삶과 무관한 사람들에게 평생 만들어온 재산을 넘겨주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살아 있을 때 오랫동안 간병을 해 주고 살갑게 지내던 친구, 이웃, 돌봄 제공자에게는 상속권이 없다. 당신이 이런 1인 가구라고 한다면 남은 유산을 누구에게 주고 싶은가?

독일은 생전 계약을 통해 자신을 돌봐준 친구나 간병인 등 비혈연자에게 상속권을 줄 수 있는 상속계약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상속계약 제도는 피상속인이 상속인 또는 제3자와 생전에 서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사후 상속재산의 귀속을 정하는 제도로서 독일 민법 제1941조에 규정되어 있다.

상속계약은 일반 유언과 달리 계약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변경이나 철회가 불가능하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이유는 법정 상속인에게 상속을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제공한 이웃이나 친구, 돌봄 제공자에게 사후 일정한 재산을 보장하기 위하거나, 사실혼 배우자와 재산정리를 하거나, 공익업무에 종사하는 특정한 단체 내지 지방자치단체에게 재산을 기부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의 ‘PACS(시민연대계약)’도 사실혼 제도를 통해 비혼 파트너나 동거인도 상속권과 세제 혜택을 일부 보장해 주는 계약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혈연 중심의 상속법을 우회할 수 있는 제도로서 피상속인이 재산을 생전에 자산 설계를 하여 비혈연자에게 실질적인 사후 보상 수단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상속계약나 시민연대계약이 고령자, 비혼자, 1인 가구 사이에서 점점 보편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피상속인이 유언장을 통해서 비혈연자를 상대로 유증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정증서 유언을 받기에는 절차가 까다롭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고령자나 사회취약 계층자가 이를 이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유언장이 없을 경우는 생전의 관계나 돌봄을 반영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거의 없다.

만약 제도적으로 오랫동안 피상속인을 돌보았거나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한 사람들에게 상속을 보장할 제도가 있다면 아프거나 외로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것이 1인 가구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도움을 준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떠나는 사람이 선물을 줄 수 있으니 서로 좋지 않겠는가.

이러한 것을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도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대안 상속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즉 비혈연자인 친구, 이웃,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재산을 줄 수 있는 상속계약 제도를 도입하거나, 상속인이 없는 경우 외로운 1인 가구를 돌보았던 지방자치단체나 공익단체가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상속받게 하는 것이다. 이를 쉽게 하기 위해 고령층을 위한 공공 유언상담센터나 생전에 자산설계를 도와줄 수 있는 상속연구소의 설립도 고려돼야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상속제도도 이런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 혈연관계는 앞으로 더 중요하지 않다. 외롭고 힘든 사람을 돌보았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공공기관에서 1인 가구들을 보살폈다면 재산을 비혈연자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상속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것이 고령사회에 맞는 공정한 상속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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