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의 경우 여야는 지난 6일만 해도 접점을 찾는 듯했다. 소득대체율(받는 돈) 44%를 고수하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43%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자동조정장치를 모수 개혁과 별도 논의하기로 하면서 문턱을 낮춘 점이 주효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10일 다시 반대로 돌아서며 소득대체율 44%를 고집해 협상이 결렬됐다. 지금도 매일 885억원의 적자가 쌓이는 국민연금 기금의 위기 해법이 1%포인트 차로 없던 일로 돼버렸다. 연금개혁 논의가 삐걱대면서 추경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양당이 공감대를 이룬 듯했던 상속세 개편 문제도 관련 상임위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여야가 ‘어깃장 정치’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지만 이날 국정협의회는 파행이 예견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후 여야 극한 대치가 재현되고 야권이 장외투쟁을 강화하는 등 정국이 급속히 냉각된 상태여서다. 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다 다시 무차별 탄핵 공세에 나서고 있어 향후 국정협의는 더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곧 나올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정국은 요동칠 게 뻔하다. 이럴수록 민생과 국가의 미래 먹거리, 기업 생존과 직결된 현안들은 모조리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떠넘겨질 것이다. 얼어붙은 내수에 마중물이 될 추경도 정부·여당의 ‘핀셋 추경’과 야당의 ‘슈퍼 추경’ 주장이 맞선 상태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때를 놓칠 우려가 크다. 한가닥 협치의 기대를 모았던 국정협의회의 국민 기만이 아닐 수 없다. 여야의 반성과 국정협의회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