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로 A식품은 한반도 모양을 단독 상표로 등록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기존처럼 문자와 결합된 형태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상표법은 특정 개인에게 지도의 독점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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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식품은 1994년부터 조미김을 제조·판매해온 업체다. 한반도 지도 모양을 김 포장지에 사용해왔으며, 2020년 기준 조미김 관련 시장점유율 21.4%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전국 200여개의 총판과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매년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A식품이 상표로 등록하려 한 한반도 지도 모양이다. A식품은 실제 지도와 달리 외곽선을 두 겹의 녹색 선으로 표현하고 부드럽게 디자인했다며, 이는 지도가 아닌 창작된 도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정확한 지도가 아니더라도 사회통념상 지도임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면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한다”며 “해안선을 단순화하거나 색채를 달리하는 것은 통상적인 표현방법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A식품이 25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며 한반도 모양을 사용해왔지만, 항상 ‘A’, ‘지도표’ 등 문자와 함께 사용했을 뿐 지도 모양만을 단독으로 사용한 실적은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식품은 특허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소비자들은 ‘A’나 ‘지도표’라는 문구를 보고 제품의 출처를 인식했을 것”이라며 지도 모양 자체의 식별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의 요건, 출원상표와 실사용상표의 동일성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2018년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다”며 “이러한 상표는 현저성과 주지성 때문에 상표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어 어느 특정 개인에게만 독점사용권을 부여하지 않으려는 데 규정의 취지가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