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 기반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AI 기반 디지털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은 ‘코스웨어’(교과과정+소프트웨어)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코스웨어를 통해 AI가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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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AI 기반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수준별·맞춤형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중학교의 김모(36) 교사는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수준별 학습과 맞춤형 수업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AI가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분석 결과를 교사에게 알려주면 교사들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집중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수학·영어 등 디지털교과서가 우선 도입되는 교과 담당 교사들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박모(35) 교사는 “수학은 수준별 수업이 중요해 과거에는 흔히 우열반으로 분류해 수업했었는데 서열화 논란으로 중단됐다”며 “디지털교과서는 이러한 논란 없이 수준별 수업이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중학교 영어 교사인 이모(28)씨는 “그간 말하기 교육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말하기 교육이 용이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원단체는 디지털교과서를 통한 수준별·맞춤형 교육에 공감하는 한편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교원 정원 감축을 즉시 중단하고 교원 확충을 통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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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학부모들은 디지털교과서를 활용을 위해 지급되는 스마트기기로 인한 중독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37%로 전 연령대에서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울 양천구의 중2 학부모 이모(44)씨는 “지난해 보급된 스마트기기로 아이가 밤마다 유튜브를 보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디지털교과서로 모든 학생들이 기기를 사용하면 유해사이트에 접속하는 경우도 늘고 부모의 걱정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디지털교과서로 인한 사교육 부담을 걱정했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위해 또 다른 사교육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 탓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선 학부모들의 이러한 불안감을 이용, 사교육 홍보에 나선 업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노원구 중1 학부모 조모(45)씨는 “디지털교과서 도입 발표 이후 학원가나 강사들 사이에서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위한 사교육을 홍보하고 있다”며 “지금의 학원비도 부담스러운데 추가적으로 학원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교과서의 올바른 활용법부터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의 올바른 사용법을 배워 교육용로만 이를 사용토록 해야 한다”며 “스마트기기 사용법은 학교에서 충분히 터득할 수 있으며 그 후에는 오히려 사교육비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