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은 없었다…“왜 책임지는 사람이 없나”[이태원참사 한달]②

성주원 기자I 2022.11.29 06:05:00

과거 대형참사 때 고위공직자 경질 등 문책
민주당,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 결정
변협 "국가·지자체에 책임 묻지 않을 수 없어"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한달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공직자는 한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 대규모 참사 때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거나 경질된 고위 공직자 사례들과 대조적이다.

28일을 시한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해온 야당은 결국 계획대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리적으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고진영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소방노조)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조사를 앞두고 ‘이태원 참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고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정부 및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 벌어진 세월호 참사 때는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과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바로 사의를 표했다. 이 전 장관은 사표가 당장 수리되지 않았고, 정 전 총리는 후임 지명자들이 잇따라 낙마하는 통에 수개월 더 자리를 지켜야 했지만 책임지겠다는 의사만큼은 분명히 표시했다. 한달 후에는 김장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 등이 경질됐다.

대형 참사가 연달아 터졌던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시절엔 책임있는 자리에 있던 고위공직자들이 어김없이 옷을 벗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발생 당일 이원종 당시 서울시장이 경질됐다. 이영덕 당시 총리도 같은 날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민선 1기 조순 전 서울시장의 취임 이틀 전 터졌다. 조 전 시장은 사고 한달 뒤 이동 당시 서울시 제2부시장을 경질했다.

지난달 이태원 참사 이후 야권에서는 재난안전대응의 윗선인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촉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명백한 진상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기로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해임건의안 보고를 마친 뒤 오는 30일 당론 발의할 예정이다. 또한 탄핵소추안도 검토키로 했다.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병력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 방인권 기자
책임 여부에 대한 법리적 판단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법조계에서도 점차 국가배상책임 가능성을 말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대한변협은 이날 ‘10·29 이태원참사 대책특별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한 무료 법률지원을 선언하는 등 국가 또는 지자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 적극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참사 당일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없었고, 관할 경찰서와 구청, 경찰 수뇌부, 소방서는 허술한 사고 예방 관리와 미흡한 초동 대처로 적시 대응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회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 기관과 지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변협회장 출신인 하창우 특위 위원장은 “수사 결과 형사적으로 책임 소재가 규명되면 그 책임자가 속한 기관에 따라 국가 또는 지자체가 손해배상소송의 피고가 될 것”이라며 “변협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을 위해 무료변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앞서 지난 8일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유가족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와 법무법인 광야 등도 국가배상청구 소송에 참여할 청구인단을 모집중이다.

홍지백(왼쪽부터) 생명존중재난안전특위 위원장, 이종협 대한변호사협회장, 하창우 10·29 이태원 참사 대책특별위원장이 28일 오후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대책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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